反금감원 세몰이·땅따먹기 전략에 금감원 '제재권' 흔들린다

입력 : 2014-07-25 오후 4:46:23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KB금융 등 금융권 제재가 장기화되며 '반(反) 금융감독원' 여론을 타고 금감원의 고유권한이던 금융사 제재권 일부를 금융위원회에 넘겨줄 처지에 놓였다.
 
'슈퍼갑(甲)'들의 싸움이라며 싸늘한 시선으로 보는 측면도 있지만 금융위원회의 땅따먹기식 전략이 결국 빛을 보게됐다는 의견도 파다하다.
 
지난달 16일 금융위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제재권 회수를 둔 논란에 불이 붙었다. 입법예고 안(案)에는 금융기관 검사 계획 보고 의무화, 중대 문제 파악시 신속 보고 등이 담겨있다. 이 안은 입법예고일로 부터 40일이 지난뒤 금융위 의결을 거치면 시행된다.
 
금융위는 두 기관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하기위해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고 입법예고를 했다고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금감원과 금융사은 석연치 않다고 지적한다.
 
◇자통법 개정부터 시작된 '해묵은' 난제
 
제재권에 대한 논란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 개정 때부터 꿈틀댄다.
 
당시 금감원장의 권한이던 증권사나 금융지주사에 대한 제재 중 일부 경징계를 제외하고는 금융위 권한으로 정리됐다. 결국 금융사의 경우 기관경고나 주의, 임원의 경우 주의적 경고나 주의 정도만 금감원의 권한으로 남았다. 현재 굳어진 금융회사별 제재조치권자 분류는 이때 정리된 것이다.
 
본격적인 갈등은 금융위가 지난 2010년 4월 정무위 법안소위에 은행법 개정 수정안을 내면서 부터다. 수정안의 골자는 은행 임직원에 대한 최종 제재권을 금감원장에서 금융위 의결로 변경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상정된 다른 안건등과의 조율되는 과정에서 금감원의 강력한 반발로 제재권 관련 내용은 삭제됐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2010년 당시 정무위 법안소위를 떠올리며 "당시 금융위 측엔 권혁세 부위원장이, 금감원 측엔 김용환 수석부원장을 비롯한 금융감독원 임원들이 마주보고 있었다"며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금융위는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  등의 명목으로 제재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이어왔다.
 
◇금융사별 제재조치권자
 
◇제재권 두고 첨예한 대립각
 
금융위는 들쭉날쭉한 제재조치권을 두고 일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견고한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독특하게 위탁형태도 아니고 은행법만 금감원장이 제재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나와 있다"며 "다른 법과 (동일선상에 두고) 일관성을 유지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입법예고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은행 직원 경징계 결정은 금융사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절차를 두고 금융위의 의견을 개진할 여지가 많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대해 금감원은 제재심 위원 중 금융위 추천자 3명과 담당 국장이 당연직 위원이기 때문에 반(半)정도의 지분을 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실상 금융위 취지대로 간다면 마치 검찰의 고유권한인 기소권을 빼앗아 법무부에 위탁하고 법무부 공무원이 제재를 집행하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칼을 빼앗긴 심판의 '영(令)'이 서겠냐며 검사의 실효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로 풀이된다.
 
또 다른 관계자도 "표면상으론 금융위원회 의결로 제재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금융위) 사무처에 제재권을 일임하는 것"이라며 금융위 실무부서의 독단적 행태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했다.
 
◇금융위의 '땅따먹기'식 전략의 성공?.."이러다 두 기관 모두 공멸한다"
 
지난달 금융위에 입법예고 내용에는 2010년 논란이 됐던 부분은 다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금감원과 금융권 일각에서는 사실상의 은행 임직원 제재권 회수를 염두에 둔 조치라고 해석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에 대한 징계가 장기화 되면서 금융위가 제재절차에 대해 개입할 빌미가 생긴 것"이라며 "사실상 2010년 부터 이어온 금융위의 '땅따먹기식(式)' 전략이 마침내 약발이 먹혔다"고 강조했다. 당시 반발에 밀려 실패했지만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논리적 근거를 지속적으로 마련해왔다 얘기다.
 
하지만 금융당국 주위의 관계자들은 이 같은 지리멸렬한 다툼이 두 기관의 공멸로 이어지게 된다고 경계했다. 전직 금융당국 인사는 "검찰과 경찰간의 기소권 둔 알력다툼의 결과를 최근 유병언 사건 보면 느낀 바가 있을 것"이라며 "결국 제재권한을 둔 싸움이 계속될수록 '검경(檢警)공조 부실이 금융당국에도 똑같이 일어나게 된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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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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