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이번주 탈(脫)디지털 체험기는 난이도를 조금 높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없이 살기’에 도전했습니다.
체험은 지난 21일 오전 8시부터 27일 오후 8시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SNS를 포함해 진행됐습니다. 직접 체험을 했던 기자의 경우 평소 사용하는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그리고 회사 업무용 메신저인 구글톡을 개인 PC와 업무용 노트북, 스마트폰에서 모두 삭제하고 전혀 확인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불편함과 불안함의 연속이었습니다. 특히 동료들과 협업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소통이 제한되는 환경 탓에 그야말로 좌불안석인 한 주였습니다. 데스크의 눈초리도 의식됐음은 물론입니다.
◇주로 사용하는 SNS가 사라진 스마트폰 배경화면만으로도 한 주간 이어질 불편함이 느껴졌다.(사진=정기종 기자)
◇업무의 비효율성..타들어가는 속
기자들의 경우 업무 특성상 각자 담당하는 분야의 출입처로 출근하거나 취재를 위해 외부에서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회사 동료들끼리 같은 공간에 있는 경우가 드뭅니다.
때문에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원활하고 잦은 의사소통이 필수죠. 그래서 보통 언론사마다 메신저를 이용해 구성원들끼리 의사소통을 하는데요. <뉴스토마토>의 경우 구글의 메신저인 구글토크를 사용합니다. 이를 통해 24시간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즉 메신저를 쓸 수 없다는 건 업무상 모든 의사소통에 제한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동료들과 항상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업무 특성상 치명적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체험 첫날인 월요일부터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나마 개인대 개인의 경우 전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될 일이었지만 부서단위 공지나 전파사항을 전할 땐 난감했습니다.
기자가 속해있는 산업1부는 2주에 한 번 월요일에 부서회의를 합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각자의 분야에서 일하기 때문에 부단위로 일정을 종합하거나 큰 틀의 계획을 진행하기 위해 월요일에 회의를 하는 것이죠. 보통 이렇게 회의가 있는 날이면 누군가 부서원들의 일정을 종합해 보고하는데요.
평상시처럼 지난주에 취합된 1차 일정에서 간단하게 메신저를 통해 변동사항만 확인했으면 될 일을 일일이 전화로 확인해야 했습니다. 3개 팀으로 구성된 부서의 팀장 선배들에게 전화를 하고 기타사항 확인을 위해 별도의 통화를 하다보니 4명의 부서원들에게 전부 전화를 해야만 했습니다. 당연히 시간은 배 이상으로 걸렸죠. 빨리 수정사항을 취합해서 보고해야했던 막내기자의 속은 타들어만 갔습니다.
게다가 기자가 SNS없이살기 체험을 진행 중이던 지난 24일에는
LG전자(066570)의 2분기 실적발표가 있었습니다. 경제매체인 뉴스토마토에 기업의 실적 발표는 주요 이슈입니다. 중요한 사안인 만큼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 등이나 기업설명회간 회사 주요관계자들이 언급한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기사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있어 중요한 것이 메신저를 통한 신속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인데요. 메신저를 사용할 수 없는 기자의 경우 이러한 업무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협업을 해야 하는 동료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동료는 “아, 그냥 실적 처리할 때만 메신저 살짝 쓸까”라며 잠시 갈등을 하기도 했습니다. 맞장구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불편함을 넘어 불안함으로..메시지 도착음에 ‘움찔’
업무적인 부분이 중요도에서 워낙 차지하는 바가 커서 그렇지, 앞서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 느꼈던 가장 큰 불편함은 역시 친구나 동기들과의 소통 단절이었습니다. 이번 체험에 있어 가장 참기 힘들었던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체험이 끝난 후 확인한 메신저 화면. 해당 메신저는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가 999개를 넘어서면 더이상 카운트가 되지 않는다.(사진=정기종 기자)
매일 볼 수 없는 친한 친구들과의 주요 소통수단이던 단체 채팅방에서 짬짬이 나누는 수다는 신입사원인 저에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으니까요. 한 주 동안 주변에서 메신저 특유의 메시지 도착 알림음이 들릴 때마다 움찔거리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메신저를 열어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느라 적잖이 애를 먹었습니다.
또 기자들은 ‘정보공유’라는 명목으로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 동료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요. 보통 이런 채팅방엔 기사 및 출입처와 관련된 서로의 의견이나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에서 기인한 담소들이 오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기자의 경우 메신저 사용이 제한됐기 때문에 동기들끼리 모여서 일주일간 나눴던 수많은 이야기를 고스란히 놓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각자의 분야에 떨어져 일하는 동기들의 경우 메신저로 대부분의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 서로 만나면 메신저에서 주고받았던 이야기가 대화의 주제가 됩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소외될 수밖에 없었죠.
특히 출퇴근길이나 이동간 소소한 재미였던 페이스북을 통한 친구들의 근황 확인조차 할 수 없으니 슬슬 짜증까지 날 정도였습니다.
메신저로 인한 의사소통 단절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닌 ‘위화감’을 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실제로 메신저로는 거의 매일 대화하지만 직접 보는 건 일주일에 한 번 정도인 제 동기는 저와 만난 자리에서 “메신저로 매일 이야기할 땐 몰랐는데 이렇게 해보니 진짜 오랜만인 느낌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체험이 끝난 후 드디어 확인하게 된 메신저 창엔 999개의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999개 정도야 슬슬 읽으면 금방 따라갈 수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해당 메신저가 읽지 않은 메시지를 999개 이후로는 표시해 주지 않는 것이었죠. 참고로 한개의 채팅방에서는 300개까지만 읽지 않은 메시지를 표시해 줍니다.
기자가 없는 사이 무슨 이야기들이 오고갔는지 궁금해 밀린 메시지들을 읽다보니 몇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전화요금은 덤이야"
이처럼 업무와 개인적인 인간관계에 있어 SNS의 사용이 제한됐기 때문에 모든 일을 전화통화와 문자 메시지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대부분은 주로 통화로 했고 통화가 제한되는 장소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공공장소 등에선 문자 메시지로 해야 했습니다.
불편함의 연속이었던 이번 체험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그동안 기회가 적었던 지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참 많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매일 통화해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이따금 안부 차원에서 메신저를 보내기만 하던 지인들에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전화를 해야 했으니까요.
너무 오랜만인 데다 별일 아닌 걸로 전화까지 하는 것이니 '어색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통화를 시작하니 오랜만에 듣는 서로의 목소리에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평소에 메신저로만 대화를 주고받다 1년에 한두 번 모임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고등학교 동창이나 대학 동기들과 전화를 통한 대화가 잦아졌다는 점은 이번 체험을 통해 얻은 또 하나의 수확이었습니다. 각자의 일정 때문에 좀처럼 대화가 적었던 가족들과의 통화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났구요.
평상시엔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번 체험을 통해 깨달은 또 하나는 목소리를 들으며 상대방과 대화하니 메신저에선 미처 할 수 없는 대화들이 이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SNS를 사용한 주(왼쪽)와 사용하지 않은 주(오른쪽)의 휴대폰 요금내역 비교. 잦은 통화와 문자메시지 탓에 요금이 8132원과 1만5234원으로 두배 가량 차이난다. 사용건수도 90건과 239건으로 SNS를 사용하지 않으면 휴대전화 사용이 급증했다.(사진=정기종 기자)
가령 상대방은 괜찮다고는 하지만 목소리에 기운이 없다거나 아픈 기색이 느껴지면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볼 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점들은 메신저로만 대화를 했다면 알아차릴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사람의 목소리와 목소리를 통해 조금 더 인간미 있는 대화가 가능했다고나 할까요.
물론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인터넷만 가능하면 무료로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통화를 할 수 있는 SNS 대신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사용한 탓에 전화요금이 껑충 뛰었습니다.
체험 2주 전인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 기자가 사용한 전화와 문자 메시지는 총 90건(통화시간 1시간13분)으로 요금은 8132원이었습니다. 반면 체험을 진행한 지난주엔 총 239건의 통화와 문자를 사용했고 통화시간도 2시간을 넘겨 요금이 1만5234원이 나왔습니다. 약 2배의 차이가 났습니다. 체험기간 기자실에 있던 유선전화를 사실상 더 많이 사용했으니 이 부분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엄청난 차이로 보입니다.
SNS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말할 수 없을 만큼 불편한 일입니다. 업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고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손해를 보는 측면이 강할 겁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손해들을 감수하고서라도 지인들과 손가락 말고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텍스트가 줄 수 없는 것을 지인들의 목소리는 분명히 가지고 있을테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