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對 중국 의존도·천편일률 포트폴리오에 '사면초가'

주력·비주력 사업 '비슷'..전 사업부문, 경쟁 관계

입력 : 2014-07-28 오후 5:19:41
◇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정유사들이 올 상반기 사면초가의 상황을 성적표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냈다. 매출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정유사업의 영업이익이 바닥으로 추락한 가운데, 사업 다각화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던 석유화학부문 역시 2분기 고전했다.
 
정유와 석유화학사업 부문 모두 부진한 데에는 주력 시장이었던 중국이 경기 침체를 보이면서 그에 따른 여파를 그대로 떠안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업체마다 천편일률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 업황 변동성에 취약한 구조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17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4%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S-Oil은 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 상반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정유업계, 상반기 정유부문 '적자'..석유화학도 '동반부진'
 
영업이익 급감의 배경에는 주력과 비주력 사업의 동반부진이 자리했다. SK이노베이션과 S-Oil은 2분기 정유사업에서 각각 2149억원, 1534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올 상반기에만 정유부문에서 1799억원, S-Oil은 이보다 260억원 많은 205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석유화학사업 역시 사정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석유화학사업에서 51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상반기 총 13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2237억원) 영업이익의 60%에 불과한 수준이다.
 
S-Oil 역시 상반기 석유화학사업에서 7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지난해 상반기 대비 4분의 1토막 수준으로 수익성이 급감했다. 주력인 정유사업이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 확보의 보루였던 석유화학 사업마저 동반부진의 늪에 빠진 형국이다.
 
◇정유·석화 수익성 악화 주범은 '중국'
 
정유사들이 2분기 주력 사업에서 대규모 영업 손실을 낸 가장 큰 요인은 경유 부문의 수요 침체로 집약된다. 경유의 주요 수요처인 중국이 건설경기 부진으로 경유 사용량이 전년 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을 비롯해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각각 1%, 5% 역성장했다.
 
공급과잉도 한몫 했다. 지난 1분기 중국에서 58만배럴 규모의 원유정제 진공증류장치(CDU)가 가동에 돌입한 것을 비롯해 최근 미국과 중동, 러시아 등 역외 지역에서 물량이 대거 유입됐다. 이에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을 가늠할 수 있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2분기 평균 5.75달러를 기록, 지난 1분기 대비 7.8%나 하락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주목받았던 파라자일렌(PX) 사업 역시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치면서 석유화학사업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합성섬유와 페트병 원료로 쓰이는 PX는 그간 정유사업의 적자를 상쇄하는 일등공신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방산업 위축에 따른 수요 부족과 중국 내 자급률 증가, 국내외 업체들의 잇단 신·증설로 영업이익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사업 부문의 실적 추이만 봐도 확인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석유화학사업에서 매 분기 2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1583억원, 올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845억원, 51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일로다.
 
◇"문제는 포트폴리오"..주력·비주력 사업 '대동소이'
 
전문가들은 업황 침체도 문제지만, 실적 부진의 보다 근본적 원인은 특정 사업에 치우친 똑같은 포트폴리오에 있다고 지적한다. SK이노베이션과 S-Oil은 전체 매출에서 정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75%, 81%에 달한다.
 
PX사업이 속한 석유화학 부문까지 합치면 각각 93%에 이른다.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GS칼텍스 역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정유사들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 전략이 대동소이하다는 데 있다. PX와 윤활유 부문에만 치우친 탓에 '레드오션'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정유업계와 함께 2분기 최악의 시기를 보낸 석유화학 업체들은 수익성 하락의 낙폭이 정유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작았다. 유화업계를 통털어 이 기간 가장 많은 영업이익(3596억원)을 기록한 LG화학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하는 데 그쳤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감소한 41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LG화학의 경우 주력인 석유화학사업을 제외한 전지사업부(12%)와 정보전자소재(11%)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에 이른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합성고무가 매출의 절반을 담당하고, 나머지는 합성수지(34%), 기타(12%), 정밀화학(4.01%)으로 구성되는 등 주력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1년 이후 PX 가격의 급등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정유사들이 너도나도 신·증설 경쟁을 추진한 결과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오게 됐다"면서 "사업 다각화의 방향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시황에 대한 변동성이 취약한 상태가 됐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윤활유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은 시장이 포화된 상태여서 업황 침체를 타개할 돌파구가 없는 실정"이라면서 "다른 석유화학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거나 기존 업체들이 진출하지 않은 사업으로 진출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의 목마름은 여전하다. 단비를 스스로 찾지 못하는 이상 중국과 시황에만 목을 맬 수밖에 없게 됐다. 수동적 구조로 취약성을 드러낸 국내 정유산업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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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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