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의 반도체 공장 피해자 보상 협상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온양공장에서 또 한 명의 백혈병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문제는 오는 13일 열릴 5차 교섭에서도 화두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4일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온양 반도체 공장에 재직 중이던 이범우(47·남) 부장이 지난 1일 급성 골수성·백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올림은 4일 공식 페이스북과 카페에 추모글을 올려 고 이 부장의 명복을 빌었다. 삼성전자 역시 비보가 전해지자 즉각 애도의 뜻을 표했으며, 내부적으로도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반올림이 올린 추모글에 따르면, 삼성 반도체 온양공장에 재직하던 이 부장은 한 달 전 몸에 이상이 생겨 천안 단국대 병원에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이후 삼성의료원으로 옮겨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불과 한 달 만인 8월1일 밤 11시30분경 세상을 떠났다. 사망한 이 부장의 유족으로는 어린 두 자녀와 47세의 부인이 있다.
삼성전자는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입장 외에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사망 원인으로 지목된 반도체 관련 유해물질 등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이 판단할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할 말이 있어도 밝힐 상황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반올림은 오는 13일 협상에서 이 부장의 사망을 근거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과 산업재해의 연관성을 강력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올림은 이날 성명에서 온양 반도체공장에 대해 "반도체 칩 조립라인으로 에폭시 수지류의 화학물질과 방사선 설비 등 백혈병 유해요인으로 지목되는 위험인자들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사업장"이라고 지적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 결과 온양공장에서 사용하는 에폭시 수지류의 화학물질 부산물로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발암물질이 생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또 이씨의 경우 유지보수와 관련한 업무를 수행해 왔는데, 연구원에 따르면 통상 유지보수시 유해물질 경보가 울리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올림은 "현재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노동자의 피해사례는 총 35건(이중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등 림프조혈계 질환 피해제보는 12명)에 달한다"며 "삼성반도체 기흥공장과 삼성LCD 생산 공장(천안, 아산 등)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직업병 피해 제보자 수는 총 15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측은 반도체 피해자가 150명이라는 반올림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내부 관계자는 "반올림이 추산한 150명은 사실상 관련이 없는 사업장의 피해자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그동안 협상에서 실제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근무자를 중심으로 관련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합당한 피해 보상이 이뤄지게끔 보상위원회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3일 열리게 되는 5차 협상에서도 지난 3, 4차 교섭과 마찬가지로 긴 시간동안 산업재해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올림 측은 삼성의 전향적 사과, 피해자 보상과 함께 산업재해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요구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인과관계를 직접 시인하지 않는 수준에서 피해자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 황유미씨의 부친 황상기씨가 삼성전자와의 교섭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