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우려가 현실로 이어졌다.
제습기 판매가 지난해 수준에 그치면서
위닉스(044340)가 제자리 걸음했다. 제습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 탓에 지난해부터 야심차게 준비했던 탄산수 정수기 마케팅도 늦어지고 있다. 제습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는 위닉스의 불안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방증하고 있다.
위닉스는 지난 5일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34억700만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비해 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213억원, 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21.8% 증가했다.
수치상으로는 외형과 내실 모두 플러스 성장을 일궜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올해 제습기 시장은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성장한 200만대~230만대 규모로 예상됐다. 하지만 마른 장마 탓에 판매가 원활치 못했다. 최악의 경우 지난해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까지 제기됐다.
지난해 제습기 시장이 개화하면서 실적 급등을 이뤘던 위닉스 내부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위닉스는 여름 내내 장마를 기다렸다. 늦어지는 장마에 마음을 졸였다. 내부 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 기대가 컸는데 판매가 작년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위닉스는 올해 제습기 판매에 사활을 걸었다.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지난해보다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했다. 의욕적으로 제습기 신제품 출시회를 열고 업계 최초 5년 무상 A/S를 내거는가 하면, 지난해에 이어 배우 조인성과 재계약을 통해 선두 지키기에 나섰기에 실망감은 크기만 하다.
위닉스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다소 일찍 제습기 생산라인 가동을 멈췄다"면서 "8월에 접어든 지금은 유통채널들이 추석 준비에 돌입하는 시기라, 올해 제습기 장사는 사실상 종료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습기 판매가 6월과 7월에 집중됐던 것을 감안하면 위닉스의 이번 2분기 실적은 매우 부진하다는 것이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공기청정기 수출과 일본향 냉온수기 매출이 늘면서 제습기의 부진을 일부 상쇄했지만 여전히 제습기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업구조는 불안하기만 하다.
제습기 판매에 주력하면서 지난해부터 야심차게 준비해왔던 탄산수 정수기 '소다스프레스'의 마케팅도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정수기 최강자
코웨이(021240)보다 이른 6월에 이미 소다스프레스를 출시했지만 판매채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정수기 성수기가 여름인 점을 감안해도 때가 늦었다는 반응이 많다.
앞선 관계자는 "제습기 판매에 열중하느라 여력이 없었던 것은 맞다"면서 "1차 물량은 수출 및 일부 유통채널을 통해 소진됐고, 제품을 보완하면서 홈쇼핑 가격을 조율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제습기 시장은 지난해 130만대 규모로 급성장하며 개화 원년을 맞았다. 제습기를 자체 생산하던 위닉스에게는 사상 최장기간의 장마가 호재로 작용하면서 지난해 20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2012년보다 442% 급증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당초 올해 제습기 시장이 200만대~230만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위닉스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LG전자(066570)와,
삼성전자(005930), 위니아만도,
쿠쿠전자(192400)까지 40여개 업체가 제습기 판매 경쟁에 가세하며 위닉스의 시장 지배력은 약화됐다는 평가다. 하이마트 등 대형 양판점에서는 아직 소진하지 못한 재고 물량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습기에 웃던 위닉스가 제습기에 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