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수입차가 월별 최대 판매량 기록을 갈아치우며 내수 시장을 활보하고 있다. 기존 고급 브랜드 위주로만 성장하던 수입차 시장이 대중 브랜드의 소형차까지 확대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6일 지난달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가 1만8112대로 전년 동월 1만4953대 대비 무려 21.1%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등록 역시 11만2375대로, 전년 대비 25.6% 늘었다.
지난달 브랜드별 등록대수는 비엠더블유(BMW)가 3353대로 부동의 1위를 유지했고,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가 3349대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어 폭스바겐(Volkswagen) 3157대, 아우디(Audi) 2860대, 포드(Ford·Lincoln) 917대, 토요타(Toyota) 567대, 렉서스(Lexus) 506대, 미니(MINI) 495대, 랜드로버(Land Rover) 408대 순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독일차의 강세가 눈에 띈다.
배기량별 등록대수는 2000cc 미만 9968대(55.0%), 2000cc~3000cc 미만 6137대(33.9%)로 소형과 중형 세그먼트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수입차가 대중 브랜드로 확대되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가히 전방위적으로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
◇지난달 수입차 판매현황 및 추이.(자료=수입차협회)
베스트셀링 모델은 SUV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BlueMotion(906대), 아우디 A6 2.0 TDI(681대), BMW 520d(550대) 순이었다. 수입차의 중심에 독일차가, 또 양손에는 디젤과 SUV가 들려 있음을 이번 실적에서도 뚜렷이 입증됐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7월 수입차 신규등록은 일부 브랜드의 물량확보와 휴가철을 맞이한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힘입어 전월 대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수입차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문가들은 일부 특정계층에서 대중화로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형 세단뿐 아니라 실속을 중시하는 중소형 수입차가 국내 시장에 앞다퉈 선보이면서 수입차의 공세 위력이 배가됐고, 이는 대중화를 이끌어낸 직접적 단초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아직 판매량이 미미하지만 피아트, 스트로앵, 푸조 등 유럽의 중저가 소형차들이 속속 출시 라인업을 늘리며 물밑 작업에 나서고 있는 데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을 집중 공략하는 점도 수입차의 인기 요인으로 지목됐다.
과거 국산차 안전지대로 평가 받아왔던 중소형 세그먼트까지 수입차에 공략 당하면서, 국산차 업체들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사의 총 판매는 12만7319대로 전년 동월 대비 1.9% 소폭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기아차 모닝(7.9%↓)과 한국지엠 스파크(14.3%↓) 등 기업별 주력 경·소형차의 판매는 급격한 둔화조짐을 보였다. 르노삼성의 경우 스페인에서 전량 수입해오는 소형 SUV QM3 덕에 나홀로 웃었을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이 하반기에도 신모델을 줄줄이 출시할 예정이어서 시장점유율을 더 늘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중소형 세그먼트의 판매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또한 “내수시장에서 절대적 지위에 있는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의 평균판매단가가 많이 올라와 수입차와의 가격차가 크지 않아 수입차 판매확대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