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안심주택 공급 활성화?..서민 부담만 늘판

대상주택 전세금 1.5억원→1.8억원 상향 추진
무이자 대출지원은 그대로..자기자금부담↑

입력 : 2014-08-08 오후 5:03:47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서울시가 무주택 서민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전세보증금 일부를 지원해주는 장기안심주택의 보증금이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시는 면적 60㎡ 이하 기준 보증금 1억5000만원 주택에 대해서만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세입자가 지원받을 수 있는 무이자 대출액은 그대로 유지될 방침이어서 세입자의 자금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장기안심주택 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을 마련하고 이달 중 시행할 계획이다.
 
장기안심주택은 대상자로 선정된 무주택 서민이 원하는 전셋집을 물색한 후 계약을 체결할 때 시가 전세보증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신개념 공공임대주택을 말한다.
 
대상이 되는 전세주택의 범위는 전용면적 60㎡ 이하 보증금 1억5000만원이며, 4인 이상가구는 85㎡ 이하까지 가능하다. 시는 보증금의 30%, 최대 4500만원까지 무이자 융자를 지원해준다.
 
지난 2012년 도입된 장기안심주택은 지난해까지 2972가구 공급됐고, 올해에도 971호가구를 모집했다. 하지만 2012년 7.7대 1을 기록했던 경쟁률이 2013년 4.9대 1에서 올해 3.9대1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의 경우 도입 첫해에 비해 2000여 가구가 줄었지만 오히려 경쟁률은 절반으로 뚝 떨어져 서민들로 부터 갈수록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최근 전셋값 상승으로 전세보증금 1억5000만원 이내의 주택을 찾기 어려워 보증금 번위가 상향 돼야 한다는 민원이 늘자 마련된 것이다. 실제로 올해 서울 소재 전용면적 60㎡ 전셋값은 평균 1억7000만원 선으로 집계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용면적 60㎡는 1억5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으로 보증금의 범위가 늘어난다. 4인가구와 5인이상 가구를 구분해 보증금을 적용하던 전용면적 85㎡이하 주택도 4인이상이면 2억5000만원까지 상향된다.
 
◇ (자료=서울시)
 
◇보증금 늘었지만 지원비 동일..고금리 신용대출 문제
 
다만 시가 무이자 융자로 보증금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한도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따라서 세입자의 자기자금부담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장기안심주택은 시 산하 SH공사가 집주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후 세입자가 다시 공사와 전세 계약을 맺는 소위 '전전세'방식이기 때문에 은행에서는 전세대출로 취급하지 않는다.
 
또한 이미 시가 무이자 융자를 지원해주고 있기 깨문에 장기안심주택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미 받고 있는 전세자금대출을 상환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이에 따라 무이자 융자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로 충당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똑같은 금액을 대출받는다고 가정 했을 때 대출금리에 따라서는 장기안심주택의 부담이 더 커지는 상황도 발생한다.
 
가령 1억8000만원짜리 전셋집을 계약할 때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대출을 받는다면 최대 8000만원까지 연 3.3%의 금리가 적용돼 월 22만4000원의 이자를 부담하면 된다.
 
반면 장기안심주택으로 1억8000만원짜리 전셋집을 계약할 경우 시가 지원해주는 4500만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1억3500만원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이 때 국민주택기금 대출과 마찬가지로 8000만원을 연 8%의 신용대출로 충당한다고 한다면 발생하는 이자는 무려 월 53만3000원에 달한다.
 
하지만 장기안심주택 입주 대상이 도시근로자 월 평균 소득 70% 이하인 무주택자임을 감안하면 8000만원까지 대출 한도가 나오기도 쉽지 않다. 결국 목돈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무이자 융자를 끼고 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2월 장기안심주택에 당첨된 A씨는 "1억5000만원짜리 집 하나 겨우 찾아서 4500만원 지원받고 나머지는 스스로 마련하라고 하기에 수중에 모은 돈이 4000만원밖에 없어 대출을 알아보니 신용대출만 된다더라"며 "그럼 기본 1억원은 있어야 된다는 소린데 그 돈 있으면 지금 사는 집 전세금 올려주고 말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접었다"고 토로했다.
 
B씨 역시 "저렴한 임대주택이라고 해서 관심있게 보고 있었는데 은행과 공사에서 모두 전세자금대출이 안 된다는 말만 들었다"며 "정책을 만들다 만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시 관계자는 "무이자 융자를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에 주택전세자금 대출까지 된다면 이중지원이 되는 셈"이라며 "최대한 많은 서민들에게 혜택이 분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전세금 선순위 대항력도 없어 '불안' 
 
게다가 장기안심주택은 국민주택기금이 아닌 시의 재원으로 운용되는 임대주택인만큼 주택임대차보호법 상 선순위 대항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전세금 보장 신용보험에 가입해 전세금 회수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시는 최근 장기안심주택과 같은 지자체 재원으로 공급하는 임대주택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법무부에 관련 조항을 개정토록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전세보증금 회수 보장을 위해 별도의 전세금 신용보험에 가입해 높은 보증보험료를 납부하는 실정"이라며 "시 재정을 투입해 무주택 서민에게 기존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장기안심주택이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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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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