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카드설계사가 범죄인인가요? 20년넘게 오래된 직업 중 하나입니다. 금융당국이 시각을 바꾸셔야해요"(국회 공청회에 참석한 카드설계사 A씨)
"카드모집 단속반이 신분증도 제시않고 금융감독원이라 사칭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 계좌추적까지 일삼는다." (전광원 카드설계사협회장)
"연간 모집수당이 수억원에 달하는 무등록 다단계 불법행위까지 적발됐다. 생계형 모집인 보호를 위해서도 카파라치 제도는 필요하다"(조성목 금감원 여신전문검사실장)
일명 카파라치(카드+파파라치)제도를 두고 금융당국과 카드모집인 사이에 의견차는 여전했다.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엔 빈자리 없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는 현장이 대변하듯 카드설계사들의 입장은 강경했고 금융당국도 불법 모집행위 사례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8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법률소비자연맹 주최로 열린 '카드설계사 규제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에는 카드설계사 1000명을 비롯해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금융당국 및 여신금융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부터 신용카드 길거리 모집이나 과다 경품 제공 등 카드 불법 모집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기존보다 5배로 대폭 인상한 바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신용카드 불법 모집 신고포상제는 운영됐지만 신고 접수는 월평균 11건, 포상 실적은 월평균 4건에 그쳤다.
사실상 카드설계사들의 불만은 신고포상금을 대폭 늘린 6월부터 봇물터지듯 늘어났다. 카파라치 제도를 악용해 설계사들에게 협박하거나 포상금을 노린 의도적인 계약행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카드설계사는 "이제 카드모집시 모든 고객을 의심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카드설계사가 범죄집단이 된 것 같아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8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카드설계사 규제,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에 카드모집인들이 참석해 빼곡히 들어찬 모습.(사진=김민성기자)
토론회에 참석한 전광원 전국카드설계사협회장은 카드설계사들을 옥죄는 규제가 2가지 있다며 성토했다.
전 회장은 "고객에게 연회비 10%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제와 법 자체가 모호한 '길거리 모집 금지'도 설계사에게 혼란을 주는 규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카드설계사들의 경품 한도를 최소 3만원 가량 보장하는 것이 현실적인 개선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카드설계사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경품 한도에 상한선을 두는 것 보다 카드모집인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이 오히려 불법모집행위를 줄어들게 할 것"이라며 "발급건수에 따라 수당을 제공할 게 아니라 기본급을 지급해 최소한의 생활안정을 보장하는 방법도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경품한도 설정, 길거리 모집 금지, 포상금 제도 등은 금융소비자 피해를 막는 예방책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참석한 조성목 금감원 여신전문검사실장은 "여전히 모집인이 가입신청서를 대신작성하거나 타인명의를 도용해 발급하는 사례가 많다"며 "카드를 발급하고 3일내에 카드신청인 계좌에 최대 30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이체되는 등 경품지급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조사결과 일부 모집인은 연간 모집수당이 4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조 실장은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주거나 신용카드를 발급할 때 경품을 제공하는 사례는 없다"며 "이 같은 관행이 오히려 생계형 카드모집인에게 경제적 피해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전문카파라치의 협박 행위는 불법모집행위를 미끼로 일어난 범죄이므로 직접 수사기관에 고발해 피해를 막아야 한다"며 "금감원이 사실를 인지할 경우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등 불법행위를 최소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