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한솔그룹이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재추진하고 나섰다.
이번에는 지난번 실패를 고려해 한솔로지스틱스까지 분할합병하는 복잡한 구조가 아닌 한솔제지만을 단순 인적분할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지주사 전환에 성공하면 순환출자 형태는 기존 '한솔제지(한솔홀딩스)→한솔EME→한솔로지스틱스→한솔제지(한솔홀딩스)'에서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단순화된다
한솔제지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회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지주회사(가칭 한솔홀딩스)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오는 11월28일 여는 임시 주주총회에 분할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분할안이 주주총회에서 최종 통과되면 주주들은 100주당 투자회사 주식 62주와 사업회사 주식 38주를 받게 된다. 재상장 예정일은 내년 1월26일이다.
존속법인인 한솔홀딩스는 자회사 관리, 상표권 관리 등 지주사 역할과 함께 투자사업을 맡게 되며, 신설 사업회사인 한솔제지는 인쇄용지, 산업용지, 특수지 제조 등 기존 사업을 담당한다.
그러나 한솔제지만 떼어낼 경우, 한솔그룹의 본질적 문제인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주사 분할 후 2년내에 계열사간 합병 등을 통해 반드시 해소해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사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한솔로서는 남은 과제다.
이에 따라 한솔그룹은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해 지분 추가취득 등 대주주 지분율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솔제지 지분은 이인희 고문이 3.51%, 조동길 회장이 3.34%를 갖고 있고 로지스틱스가 8.07%, 한솔케미칼이 2.47%를 보유하고 있다.
일단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솔제지가 지주사 전환을 결정한 것에 대해 제지업 본업의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지금까지는 그룹 내 실질적 지주사로서 부실 자회사 손실을 그대로 반영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사업회사로 독립이 가능해져 자회사 리스크를 떨쳐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주사로 전환되면 그동안 부채가 급증해온 한솔제지 자회사 한솔개발(지분율 91%)과 한솔아트원제지(80.7%)가 사업회사와의 지분구조상 관계가 사라지게 된다. 한솔개발과 한솔아트원제지는 6월말 기준 부채비율이 각각 303.2%, 316.4%에 달한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번 분할 결정은 보다 원활하고 확실한 지주사 추진을 위한 것으로 지주사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지주사 설립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이 2015년 말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완벽한 한솔그룹의 지주사 체제는 2015년말까지 완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솔제지는 지주사 분할을 통해 순수 제지회사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한솔홀딩스의 경우 한솔개발, 한솔라이팅, 한솔테크닉스 등 그동안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했던 회사들의 흑자전환 및 적자폭 축소 등이 예상됨에 따라 홀딩스의 가치도 부각될 것"라고 설명했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인쇄용지, 백판지 시장점유율 1위인 한솔제지는 그간 한솔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며 자회사 손실로 인해 연간 지분법 손실을 200억원에서 700억원까지 기록했다"며 "이는 순이익 감소요인과 주가에 고질적인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쇄용지 실적 부진으로 2분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바 있으나 그나마 고마진 특수지로 대체하고 있어 2015년 점증적인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며 "한솔제지는 연간 1조4000억원 내외의 매출액, 900~1000억원의 영업이익, 600~700억원 내외의 순이익을 안정적으로 기록하는 순수 제지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주식시장은 지주사 계획을 발표한 지난 7일 대량거래를 동반하며 5.10% 급등, 기대감을 반영했다. 이후 8일과 11일 이익실현 물량이 나오며 하락 반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