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동부그룹이 자구안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동부발전당진이 삼탄에 매각된 데 이어 자구안의 핵심인 동부하이텍과 동부특수강 매각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들 계열사의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동부그룹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 연말까지는 기존 사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건설은 지난 8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삼탄과 동부발전당진 지분(60%)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금액은 2700억원으로, 대금납부 등 매각 절차는 다음달 5일까지 종료될 예정이다.
포스코(005490)가 동부제철 패키지 인수를 거부한 지 약 한 달 반 만에 동부발전당진 매각이 성사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앞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3월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로 묶어 인수를 제의한 바 있다.
하지만 포스코가 재무 부담 증가를 이유로 거부했고, 이에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의 개별 매각을 다시 추진했다.
이로써 동부건설은 다음달 500억원, 11월 344억원 등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844억원의 회사채 상환을 무리 없이 이행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이달 25일 만기였던 4000억원 규모의 '김포풍무 푸르지오센트레빌' 아파트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만기 연장도 최근 확정되면서 유동성 부담을 한층 덜게 됐다.
◇당진 동부그린발전소 조감도(사진=동부그룹 홈페이지)
동부그룹 구조조정의 핵심 매물 중 하나인 동부하이텍 매각도 탄력을 받고 있다. 매각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던 동부하이텍 보유 계열사 지분 처리 문제에 대해 동부그룹과 산업은행이 합의하면서 매각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동부그룹과 산업은행은 동부하이텍 매각 대금으로 동부하이텍이 보유한 동부대우전자를 비롯한 6개 계열사 지분을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인수할 계열사 지분은 총 1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동부그룹과 산업은행은 내달 중으로 동부하이텍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진행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오는 13일 동부하이텍은 실사를 위한 데이터룸을 개방하고, 25일에는 현장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은 국내 투자펀드인 한앤컴퍼니와 애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미국계 펀드인 베인캐피털 등 3곳으로 알려졌다. 동부그룹이 매각할 동부하이텍 지분은 37.29%로, 업계에서는 1500억~2000억원 수준에서 매각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부특수강 매각작업도 본격화된다. 앞서 동부제철은 산업은행 프라이빗에쿼티(PE)에 동부특수강 지분 2000만주 전량을 11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동부제철에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산업은행은 이를 재매각해 자금을 회수키로 한 것.
◇동부특수강 포항공장 전경(사진=동부그룹 홈페이지)
이에 따라 동부특수강 매각작업은 산업은행이 주도해 추진한다.
산업은행은 다음달 중으로 잠재적 인수 후보군을 대상으로 한 티저레터(인수 유인서)를 발송하고, 오는 11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내년 1월 중으로 매각을 종료한다는 방침이다.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6개월 보호예수 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내년 1월을 매각 종료일로 잡았다.
동부특수강의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는 세아그룹과 현대차그룹이 거론되고 있다. 특수강은 후판이나 H형강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다른 강종에 비해 수익성은 물론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다. 때문에 특수강 업계 1위 세아나 자동차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모두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양사 중에서는 세아그룹이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아그룹은 동부특수강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인수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현재 이태성 세아베스틸 상무가 TF팀 수장으로 모든 사안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세아와 현대차 그룹의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실거래 가격이 시장 예상 가격인 3000억원대를 웃돌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