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이건목 쌍용건설 해외사업 담당 이사

법정관리 중에도 해외사업 '거뜬'
"매각 진행, 국내외 모두 호재 될 것"

입력 : 2014-08-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기업 중 해외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녹록치 않은 회사 사정에도 해외 국책사업의 본공사를 당당하게 수주하고, 기존 현장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건설사가 있다.
 
◇이건목 쌍용건설 해외사업 이사. (사진=쌍용건설)
쌍용건설은 지난 6월 약 820억원 규모의 말레이시아 세인트 레지스 랑카위 호텔&컨벤션 센터 본 공사를 따냈다. 발주처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회사와 계약을 하지 않는게 속편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김석준 회장과 임직원들이 발주처와 쌓은 신뢰 덕분에  이 같은 결과를 일궈낼 수 있었다. 물론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기술력은 기본이다.
 
쌍용건설은 지난 6일 매각 주간사 선정 공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M&A(인수합병)준비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민감한 시기에도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기 위해 본업에 매진하는 쌍용건설 해외사업 담당 임원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다.
 
이건목(52) 쌍용건설 해외사업 담당 이사(사진)는 1984년 쌍용건설에 입사, 해외개발부, 자재부, 총무부, 인사부, 주택사업, 기획부를 거쳐 지난해부터 해외사업 담당 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등 눈에 띄는 해외실적을 거둬왔는데, 이밖에 다른 실적은.
 
▲21세기 건축의 기적이자 싱가포르의 상징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두바이 3대 호텔 중 2 곳인 '그랜드 하얏트 호텔', '에미리트 타워 호텔' 외에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에서 수많은 랜드마크 빌딩을 시공했다.
 
또 최근 싱가포르에서 공사구간 1㎞당 8200억원 규모의 마리나 해안고속도로와 1.06㎞당 7000억원 상당의 도심지하철 공사 등 고난이도의 초대형 토목공사를 단독 시공 중이다. 마리나 해안고속도로의 1m당 공사비는 무려 8억2000만원에 달하고, 도심지하철도의 1m당 공사비는 7000만원에 달할 정도다. 이들 공사는 고난이도의 각종 첨단 공법 등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한 마디로 기술력의 값인 셈이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왼쪽)과 다만사라 시티 레지던스(오른쪽) 투시도. (자료제공=쌍용건설)
 
-현재 쌍용건설이 기업회생절차 중에도 올해 해외공사 수주를 따내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올해 초 기업회생절차 개시에 따라 여러 가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국내 전 현장은 물론 8개국 18개 현장이 중단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그 동안 발주처에 보여준 완벽한 시공과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다양한 수상실적을 통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영업력을 잘 유지해 온 점이 신규 수주에 큰 도움이 됐다. 전 직원과 고생이 심했을 협력업체 모두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해외 발주처와 긴밀한 관계유지가 쉽지 않았을 텐데, 최근 말레이시아 세인트 레지스 랑카위 호텔&컨벤션센터 본공사 수주를 따내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세인트 레지스 랑카위 호텔&컨벤션센터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시간이 촉박하고 최고의 품질을 필요한다. 이에 시공사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필요한 프로젝트. 본공사 수주를 위해 이 공사의 기초공사인 토목공사 수주 이후 사전 기술지원(Pre Construction) 서비스를 지원하며 기술력을 인정 받아 본공사 계약을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 본공사는 기업회생 절차에 따른 신용등급 등의 문제로 보증서 발급이 어려워 최종 계약이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발주처와 신뢰를 바탕으로 현지 금융권의 보증서를 발급받아 본공사 수주를 확정할 수 있었다.
 
현재도 기업회생절차 중인 기업에게 보증서 발급이 가장 큰 문제이긴 하지만 쌍용건설의 시공을 원하는 발주처들이 많이 있다. 국내외 유수 업체와의 컨소시엄 등을 통해 이를 극복해나갈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외 다른 해외현장도 무리 없이 진행된다. 해외 현장에서 바라봤을 때 가장 어려웠을때와 해외 발주처와의 관계는 어떻게 극복했나.
 
▲올해 초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을 때가 가장 어려웠다. 법정관리는 공사 타절의 사유가 되기 때문에 김석준 회장이 직접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발주처를 찾아가는 등 발주처 설득을 통해 모든 현장이 중단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이는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발주처 최고경영진부터 실무진까지의 신뢰와 함께 각 현장에서 보여준 우리의 기술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발주처가 쌍용건설의 정상화를 더 응원해주고 있는 상황이고 경영정상화와 함께 추가 공사 등 다른 사업도 쌍용건설이 시공하기를 원한다고 밝히는 발주처도 있을 정도다.
 
-인도네시아 등 해외 추가 수주는 순조롭나.
 
▲자카르타 F 호텔 등 복수의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계속 노력 중이다. 단순 입찰 시공이 아닌 기획, 제안형 사업을 단독이나 컨소시엄 구성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추진하고 있다. M&A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정상화를 이루면 수주가 더 활발해 질 것이다.
 
◇48층의 125객실 규모의 세인트 레지스 자카르타 호텔 복합건물 공사현장 모습(왼쪽)과 투시도(오른쪽 아래). 공사금액만 1억6000만달러로 내년 9월 준공 예정이다. (사진제공=쌍용건설)
 
-해외 현장은 늘고 있지만 젊은 건설인력의 해외 기피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원인과 근본적인 해결책은.
 
▲해외 현장이야말로 해외 엔지니어들과 협업 등을 통해 실력도 늘리고 글로벌 비즈니스도 배움으로써 경력개발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여기에 임금 등의 처우도 국내보다 조건이 아주 우수하다. 쌍용건설의 경우 해외 근무를 원하거나 지원하는 젊은 직원들이 오히려 더 많은 상황이다. 해외근무의 긍정적인 면을 충분히 알리고 도전을 유도한다면 해외 현장 파견을 기피하는 현상은 없을 것이다.
 
-쌍용건설의 회생안이 승인되면서 본격 매각에 들어갈 텐데, 해외현장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
 
▲현재 해외현장은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매각이 진행된다면 국내외 현장 모두에게 호재가 될 것으로 본다. 또 독자적인 보증서 발급이 가능해 해외 수주가 훨씬 탄력을 받을 것이다.
 
-최근 서부 아프리카지역에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해외현장도 비상인데, 쌍용건설의 경우 적도기니에 현장이 있다. 문제없나.
 
▲쌍용건설의 적도기니 현장은 에볼라 발병지역인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 상당한 거리를 두고 위치하고 있다. 실제 기니와 적도기니의 거리는 약 2500㎞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접촉성 전염병이기 때문에 현재 피해는 없다.
 
또 현장까지 접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행기를 이용. 비오코섬의 말라보 공항을 거쳐서 내륙으로 이동해야 한다. 적도기니 정부는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해 말라보 공항의 검역과 출입국 통제를 철저히 실시하고 있다.
 
특히, 현장이 정부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출입시 철저한 검역 이뤄지고 있으며, 적도기니 정부 의료진과 연계해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밖에 현장 직원들의 체온을 매일 체크하는 등 위생과 체력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쌍용건설의 해외현장에 대한 계획과 전망은.
 
▲쌍용건설은 앞으로도 가격경쟁 위주의 단순 입찰 경쟁보다는 기획·제안형 사업과 사전 기술지원(Pre Construction)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해외 수주를 더 강화할 예정. 사업 초기나 계획단계부터 참여해 디벨로퍼(Developer)와 동반성장할 수 있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사업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자원개발과 연계된 인프라 구축사업과 자원부국의 대규모 신도시 건설 공사 참여 등을 추진 중. 아프리카 산유국인 A지역에서 대규모 신도시 건설을 위한 사전 계획단계 참여를 통해 신규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모두 치열한 가격 경쟁 대신 기술력과 기획능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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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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