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최근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영화가 있습니다. 성웅 이순신 장군의 드라마틱한 해전을 그린 명량이죠.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 가보면 명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국이 명량에 열광하고 있는 이 시기에 이미 오래전 개봉한 한 외화가 관심있게 회자되고 있는 동네가 있습니다. 바로 잠실입니다.
대세 신작영화 명량을 제친 영화는 '2012'입니다. 2009년 개봉한 이 영화는 고대 마야 문명부터 예견(?) 됐던 인류 멸망의 날을 그린 영화인데요. 2012년 예언대로 전세계 곳곳에서 지진, 화산 폭발, 해일 등 각종 자연 재해들이 발생, 인류가 생존 계획을 세우는 뭐 그런 내용인데요.
멸망이 올거라는 그런 우려에서 이 영화가 회자되는 건 아닙니다. 영화 초반 땅이 꺼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비행기가 충돌하고, 도심을 탈출하려는 인파로 교통대란이 발생하는 상황이 잠실에서 재현될까하는 우려 때문이죠. 그 이유에는 제2롯데월드가 있습니다.
원래 제2롯데월드는 강남 서열 3위인 송파의 순위를 급상승 시켜줄 마지막 남은 퍼즐조각같은 호재였습니다. 국내 최고층 빌딩인 제2롯데월드는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이 확실합니다. 한강개발과 법조타운, 기존 잠실이 가진 영향력 등 적어도 서초구는 제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을 때도 있었죠.
하지만 요즘 제2롯데월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돌변했습니다. 기대감에서 불안감으로 말입니다.
최근 잠실을 중심으로 한 송파구 곳곳에서는 싱크홀이 생기고 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역 주민들이 공통적으로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이 있습니다. 송파구에서는 이제 어디를 가도 볼 수 있을 만큼 솟아오른 제2롯데월드입니다. 지하에서는 지하철 9호선 공사도 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보다 눈에 보이는 제2롯데월드가 더 불안감을 조성하기 때문일까요.
◇공사 중인 제2롯데월드(사진=한승수)
어쨋든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제2롯데월드가 모습을 드러낸 이후 싱크홀도 같이 나타났습니다. 도로야 눈에 보이니까 대처가 가능하지만 혹시 눈에 안보이는 아파트 지하에도 싱크홀이 생길까봐 불안한 눈빛이었습니다. 수위가 낮아지는 석촌호수와 연약한 지반은 불안 심리를 부추기는데 한몫했죠.
최근 발생한 싱크홀은 서울시가 급하게 구멍을 메꾸는 일도 있었는데요. 지역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롯데호텔 임원의 사돈 관계까지 들먹이며 무리하게 사태수습에 나섰다는 의혹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큰 사고없이 완공이 됐다해도 불안함은 가시지 않을 것 같았는데요. 제2롯데월드가 지어지는 자리가 원래 비행기가 지나는 길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실겁니다. 작년에 제2롯데월드의 반도 안되는 규모의 삼성동 아이파크가 헬리콥터와 충돌했었죠.
불안이 불안을 낳고, 근심은 또 다른 근심을 부르며 지금도 잠실 상공 위로 하루에도 몇번씩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보며 불안한 눈빛을 보내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안전하게 지어지고, 비행기와의 충돌 위험성이 없다고 해도 걱정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완공 후 잠실을 기다리는 것은 교통지옥입니다.
지금도 잠심역 앞은 출퇴근이면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주요 교통정체구역 중 하나입니다. 주말에는 롯데마트와 롯데월드를 가기 위한 분들을 위해 차선 하나는 내놔야할 정도입니다.
123층 높이의 백화점과 호텔, 아웃도어 쇼핑몰, 문화·레저시설 등 초매머드급 시설이 들어설 경우 잠실로 진입하기 위한 올림픽대로부터 정체현상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싱크홀 발생 초기 방문했던 잠실 부동산 현장은 제2롯데월드에 대해 말하길 기피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집값 하락 우려 때문이겠죠. 그런데 요즘은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는 분들이 많더군요.
지금 제2롯데월드를 바라보는 우려가 기우에 그칠지, 아니면 현실화될지 알 수 없습니다. 아파트값으로 봐서는 아직 호재로 여기고 있다고 해석하는게 맞는 것 같은데요. 제2롯데월드는 이제 겨우 77층 올라갔습니다. 완공까지 아직 많은 여정이 남았습니다. 여정이 끝날때까지 제2롯데월드는 세간의 입에 오르내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