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금융당국이 하반기 금융권에 대한 검사를 대폭 줄이면서 정부의 경기활성화 기조에 발맞춘 지나친 '시장친화적' 검사형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융권에 대한 현장 검사를 최대한 자제하고 규제개선 및 생활 밀착형 금융지원 등의 역할을 확대하기로 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에는 지적검사, 건수검사 등 타성에 젖은 검사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 초 종합검사를 줄이는 대신 법규위반이나 불건전 영업행위를 인지하면 부문검사를 강화하고, 핵심현안 중심의 기동검사를 상설화 하겠다는 것이 금감원의 검사방향이었다.
하지만 상반기에 금융사고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검사횟수 뿐만 아니라 검사 관련 예산도 전체의 60% 규모를 소진한 상태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여러 사고로 인해 검사역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정부의 국정방향에 지나치게 매몰되서는 안된다는 조언이 주를 이룬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감독기관이 무게중심을 잃게 될 경우 발생할 사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담겨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밀진단 위주의 검사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어느 상황에서도 감독기관의 본연의 임무에 대해서는 (국정방향과 관계없는)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현재 '진돗개'식 검사기조가 '시장 친화적 검사'로 다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기도 한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에 따라 금감원은 금융사를 감시하고 파헤치는 것에서 탈피해 금융회사를 도와주는 '컨설팅'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당시 금융사 부담을 덜어준다며 정례적인 종합검사를 축소하고 최고경영자(CEO)들과 '핫라인'도 개설했다. 당시 부서 이름도 은행서비스총괄국, 저축은행서비스국 등 '서비스'란 명칭이 붙었다. 고압적이던 금감원이 시장친화적이고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 간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사과정에서) 고압적 태도를 취하는 등 업계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까지 문제를 삼는 행태는 지양하되 경기활성화 영향을 빌미로 느슨한 검사행태를 보이겠다는 시그널을 보여주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금감원 또다른 관계자는 "무분별한 종합검사 대신 정밀진단을 통해 위험요인 부분을 별도로 검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느슨해지기 보단 효율성이 높아져 금감원과 업계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