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견제' 서막..합종연횡 본격화

입력 : 2014-08-20 오전 9:45:11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동부특수강 인수전을 놓고 철강업계의 힘겨루기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표면적으로는 세아그룹과 현대제철의 양자대결 구도지만, 본질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주도권 싸움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철강업계가 건설, 조선 등 전방산업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에다 중국의 저가 수입재 공세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현대제철은 모그룹의 안정적이고도 확실한 수요처를 등에 업고 업황과 반대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97.7%나 급증한 반면 같은 기간 포스코는 7.1% 감소하며 극도로 부진함을 보였다. 특히 영업이익률 면에서는 현대제철이 8.6%로 업계 맏형인 포스코(7.6%)를 따돌리는 이변도 연출됐다.
 
그동안 철강업계 부동의 1위였던 포스코를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사의 출현이다. 매출 규모면에서는 현대제철이 포스코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지만 철강 업황의 침체가 길어질수록 두 기업의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제철이 자동차 수직계열화 완성을 위해 특수강 시장에도 발을 넣자 현대제철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됐다. 업체 간 합종연횡을 통해 현대제철의 무한질주를 막는다는 복안이다.  
 
서막은 지난 14일 포스코와 세아그룹의 MOU였다. 세아베스틸이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한다는 게 MOU의 핵심 내용이다. 당초 포스코특수강은 지난 3월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매각보다는 IPO(기업공개)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검토 결과 포스코그룹 내부거래 비중이 적고, 다른 철강 계열사에 비해 시너지 효과가 적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특수강 시장마저 현대제철에 내줄 경우 업계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
 
현재 세아베스틸이 특수강 업계 1위에 올라 있지만 현대제철이 본격적으로 특수강 사업을 시작할 경우 현대·기아차 물량이 세아그룹에서 현대제철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어 향후 특수강 물량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특수강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 전에 시장 점유율이 높은 세아그룹에 특수강 분야를 몰아줘 현대제철을 견제하는 것을 포스코의 속내로 보는 시선이 짙다. 
 
인수자로 나선 세아그룹 역시 미래 라이벌이 될 현대제철에 대응해 시장 주도권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고, 이를 위해 인수 합병이 절실한 시기였다. 양사의 이해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향후 협업 관계도 한층 두터워질 전망이다. 
 
포스코와 세아그룹이 중국 합작사인 포스세아를 통해 남통과 천진에 선재 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등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양사 MOU 체결에 도움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특수강 포항 공장 전경(사진=동부그룹 홈페이지)
 
포스코특수강이 주인을 찾으면서 이제 업계의 관심은 동부특수강으로 쏠리고 있다. 세아베스틸이 포스코특수강 인수를 사실상 확정지은 가운데 시장에 나온 마지막 특수강 매물이기 때문이다.
 
세아베스틸이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할 경우 세아베스틸은 기존 연산 300만톤의 탄소합금강 생산능력에다 100만톤의 스테인리스·특수강을 합쳐 연산 400만톤 규모의 세계 최대 특수강 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현대제철도 특수강 2차 가공라인이 절실한 상황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달 25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현재 짓고 있는 당진 특수강 공장에 선재 2차 가공라인 설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제철은 오는 2016년 준공을 목표로 충남 당진제철소 내 24만7500㎡ 부지에 연산 100만톤 규모의 특수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2차 하공정 설비를 보유한 업체를 인수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자동차수직계열화를 위해서는 특수강 상·하공정 설비가 모두 필요한데, 현재 당진에 짓고 있는 특수강 공장에는 상공정에 해당하는 설비만 들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을 앞세워 동부특수강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현대제철은 송충식 재경본부장을 중심으로 동부특수강 인수를 검토하는 등 발빠르게 물밑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세아그룹과 현대제철의 인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동부특수강의 몸값도 오르고 있다. 올 초 매각설이 난 직후 시장에서는 2000~2500억원 수준으로 가치를 책정했지만 현재는 4000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부특수강 매각 가격이 계속해서 치솟을 경우 시너지 효과에 앞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부특수강이 세아그룹과 현대제철 모두에게 시너지를 줄 수 있는 점은 맞지만 견제를 위한 목적으로 인수에만 몰두할 경우 매각 가격이 시너지 효과를 넘어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동부특수강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프라이빗에쿼티(PE)는 지난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했으며, 이달 말 매각공고를 내고 연내에 매각 계약을 완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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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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