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을 앞세워 북미·유럽 지역에서 시장점유율은 물론 소비자 만족도에서도 호평 받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삼성과 LG에 안방을 내준 해외 가전사들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몸집 불리기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가히 가전 전쟁의 발발이다.
◇이달 초 독일 소비자보호기관 ‘슈티프퉁 바렌테스트’가 실시한 제품 평가서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 냉장고(왼쪽)와 북미 지역에서 호평 받고 있는 LG전자 프리미엄 키친 가전 패키지(오른쪽)(사진=각 사)
◇삼성·LG ‘시장점유율-제품평가’ 두 마리 토끼 잡아
최근 독일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올해 삼성 냉장고의 유럽시장 예상 점유율은 13.3%로, 5년 연속 1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8%의 점유율로 2위에 오른 독일 '보쉬'와의 격차도 지난해 4.5%포인트에서 5.3%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현지 매체들의 제품 평가 역시 삼성의 압승. 삼성 냉장고는 이달 초 독일 소비자보호기관 ‘슈티프퉁 바렌테스트’가 동급 15개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대상으로 한 제품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삼성 냉장고는 최근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 이어 유럽지역 총 8개국 소비자 정보지 평가에서 1위를 독차지했다.
특히 삼성 UHD TV는 지난 2분기 유럽에서 62.9%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며 8년 연속 TV 시장 1위다운 위상을 보여줬다.
LG전자도 미국 소비자의 생활 패턴을 고려한 현지 맞춤형 냉장고와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 가전 등으로 북미 시장에서 호평을 이끌고 있다. 점유율 측면에서는 아직 삼성전자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최근 북미시장 일반형 냉장고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등 상승세가 무섭다. .
이처럼 프리미엄 제품과 현지 맞춤형 제품 등을 앞세운 양사는 지난달 현지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발표한 ‘2014 세탁·주방 기기 만족도 조사’에서 삼성 4개, LG 3개 등 총 7개의 제품이 1위에 오르며 상위권을 휩쓸었다.
북미 지역이 그동안 전통적인 로컬 업체들의 강세가 지속된 시장인 데다, 매출 기준 세계 가전시장 1위인 월풀의 안방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다.
◇해외 가전사들도 인수합병 등을 통한 몸집 불리기로 반격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월풀, 하이얼, GE, 일렉트로룩스 회사 로고(사진=각 사)
◇해외 가전사, 몸집 불려 반격 준비
삼성과 LG에 안방을 내준 해외 제조사들도 반격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대표적인 대응 방안이다.
먼저 월풀은 지난달 이탈리아 가전회사 ‘인데시트’의 지분 66.8%를 사들였다. 월풀 측은 지분 매수 목적이 ‘유럽시장의 치열한 경쟁 대비’라고 공공연하게 밝힌 상태다. 또 사상 처음으로 다음달 독일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4’에 참석할 계획을 밝히는 등 시장 경쟁에 있어 한층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웨덴의 프리미엄 가전 강자 일렉트로룩스도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부에 눈독을 들이며 몸집을 키울 궁리를 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일렉트로룩스가 GE의 가전사업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렉트로룩스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아직 양 측이 합의를 도출하진 않은 상태지만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체 매출의 28%를 올린 일렉트로룩스가 GE 가전사업 인수를 통해 현지시장 공략을 강화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일렉트로룩스는 지난 2011년 남미 가전업체 CTI를 인수한 바 있다.
또 중국의 하이얼도 GE 가전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달 25일 GE 가전사업부의 예상 매수처로 삼성전자와 LG전자, 하이얼 등을 꼽았다. 삼성과 LG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자 하이얼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비록 북미 시장 점유율 5위에 불과한 GE 가전사업부지만 전 세계 160여개국에 달하는 수출처와 과감한 저가 전략으로 백색가전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하이얼이 인수한다면 충분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하이얼은 미국에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있고 현지에서 백색가전의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어 전통적 로컬업체인 GE와의 시너지는 삼성과 LG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들이 뚜렷한 전략와 우수한 제품력을 바탕으로 북미와 유럽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저력이 있는 해외 가전사들이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다면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