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유럽산 농산물 수입을 금지했으나, 국내 농가들은 자체 생산 능력이 부족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모스크바 상점 육류 진열대 (사진=로이터통신)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러시아 농가들이 이달 초부터 단행한 금수 조치로 채소와 과일 생산을 급격하게 늘려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 수입해오던 사과나 배 등의 과일과 각종 육류를 자체 생산해야 하나, 그럴 만한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시중에 공급되는 먹거리의 40%를 외부에서 사올 정도로 식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금수조치로 인한 부족분을 다른 곳에서 수입해 오거나 자체 생산으로 상쇄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대량생산을 할만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 문제다. 러시아 농가들은 정부가 수년 동안 투자와 개발을 지속해야 부족분을 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농산물 공급이 수요에 미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뜻이다.
안드레이 다니렌코 러시아 우유협회 회장은 "우유 생산이 수요를 감당할지 고민하기 이전에 생산 시절이 제대로 갖춰질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농가에 생산량을 늘리라고 요구할 뿐 별다른 금전적인 지원을 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과수원과 토끼농장을 운영하는 한 러시아인도 은행에 돈을 빌리거나 전기 료를 충당할 능력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농가는 러시아 알루미늄 회사 올레크 데리파스카와 같은 회사보다 3배나 많은 전기료를 지불한다.
농가들은 정부의 지원금이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나,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쉽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있다.
우랄 산맥에서 농장을 경영하던 바실리 멜니첸코는 "정부는 그동안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만 해왔다"며 "이전에 설립한 식품회사도 두 번이나 파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농가가 살아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늘 그렇듯 우리가 망하고 물러난 자리에서 천연자원 생산 시설이나 지으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