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문정우기자]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를 앞둔 건설사들이 긴장을 하고 있다.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관련 기관과 기업인들까지 줄줄이 증인이나 참고인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국감은 대형 건설사 입찰 담합은 물론 4대강 부실공사 등이 또다시 핵심 안건으로 거론될 전망이다.
◇국토교통위, 오는 26일부터 2차에 걸쳐 19곳 기관 국감
올해 국토교통위원회 1차 국정감사는 오는 26일부터 9월 4일까지 10일간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시작으로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대한주택보증, 교통안전공단 등 19곳의 대상기관이 감사를 받는다.
2차 국정감사는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한국철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경기도, 서울시 등 16곳의 기관이 감사를 받을 예정이다.
건설사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국토부 등 2차 국감 기간에 증인이나 참고인 신분으로 집중 출석 대상이 될 전망이다.
매년 여야간 증인 선정 문제로 진통을 겪어왔고, 짧은 기간에 걸쳐 진행하다 보니 국감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때문에 올해는 1, 2차로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은 모두 31명으로 새누리당 16명, 새정치민주연합 14명, 통합진보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의 경우 국회 교통위는 일반증인 84명, 참고인 19명 등 모두 103명의 국감 증인과 참고인 명단을 확정한 바 있다.
이 중 상당수가 건설사 관계자로 4대강 사업과 담합, 하도급 공사대금 미지급, 제2롯데월드 안전 문제 등과 관련돼 참석을 통보 받았다.
실제로 지난해 김중겸
현대건설(000720) 전 사장, 서종욱
대우건설(047040) 전 사장, 조기행 SK건설 사장, 김남용 벽산건설 사장, 조규진 포스코건설 전무 등 많은 건설 관계자들이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올해 역시 건설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일부 건설사들은 벌써부터 국회 교통위 담당 국회의원이나 보좌관 등을 대상으로 대관업무에 집중하며, 정보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증인 요청
올해 국토위 1차 국감에서 채택된 일반증인은 20명, 참고인 9명으로 이중 대기업 관계자는 3명 정도다.
우선, 제2롯데월드 안전문제와 관련해 정성호 야당 간사와 강동원 야당 의원이 석희철 롯데건설 본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치현 롯데건설 대표이사(왼쪽)와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오른쪽). (자료=각사 홈페이지)
1차 국감 때는 롯데월드 안전에 대한 현장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은 뒤 2차 국감 때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을 참석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상당수의 야당 의원과 박성호 여당 의원이 증인으로 신청한 최치훈
삼성물산(000830) 사장도 2차 국감 때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까지 지하철 9호선 919공구의 조치사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룹사 대표가 직접 국감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 국토위 의원들의 견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하도급 문제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 의원이 허선행
GS건설(006360) 본부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조건식 현대아산 대표이사도 증인으로 나서게 될 전망이다.
현재 석희철 롯데건설 본부장과 허선행 GS건설 본부장은 1차 국감 증인이 확정됐으며, 나머지는 9월 중순께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위 소속 한 보좌관은 "건설사들의 담합과 제2롯데월드 관련한 안전문제에 사장이 나온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1차 국감이 끝나고 9월 중순에 2차 국감 증인채택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김정희 동양건설산업 대표이사(상주~영덕 간 고속도로 건설사업 1, 8공구 공사중단 및 향후 계획),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우면동 LH보금자리 공사), 김시병 부영 사장(부영아파트 분양전환 관련) 등도 증인으로 소환될 예정이다.
◇대형 건설사 '빅7', '호남고속철' 담합 집중 추궁
한편, 올해 국토교통위는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은 물론 4대강 부실사업, 하도급 부당거래를 놓고 확실히 추궁해 짚고 넘어 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호남고속철 담합과 관련, 건설사 빅7의 담당임원 등을 대거 증인·참고인으로 참석시킬 방침이다. 시정명령과 347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해당 건설사 담당임원 7명이 검찰에 고발당하는 등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담합관행을 철저히 밝히겠다는 각오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오너와 전문경영인, 임원들이 무더기로 증인·참고인으로 소환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게다가 증인으로 출석될 경우 회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웬만하면 명단에 포함되지 않길 바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감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국민의 세금을 제대로 썼는지 감시하는 게 목적"이라면서 "중요한 시기 기업인들을 불러 야단치는 게 목적이 아니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다른 관계자는 "증인으로 출석시키고 난 뒤 하루종일 대기하다 고작 몇분 동안 호통만 듣고 발언한번 못하고 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잘못된 일에 대한 추긍도 좋지만 조금더 효율적이고 발전적으로 진행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부 종합감사 현장. (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