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KB금융(105560) 수뇌부에 대한 징계가 두달여간 장기화 되면서 금융당국과 KB금융은 사실상 상처만 남았다. KB금융은 '경영공백으로 인한 경쟁력 악화', 금융당국은 '무리한 징계에 대한 부담감'이 이번 제재심이 남긴 가장 큰 상처다.
금융감독원은 21일을 마지막으로 징계절차를 마무리한다는 입장이지만 결론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오후 2시30분부터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주전산기 교체 내분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제재심의위 자체 논의를 시작으로 주전산기 교체 관련 질의응답, 도쿄지점 부당대출 관련 추가 질의 응답 순으로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대출 점유율 '↓'..시장경쟁력 잃어가는 KB금융
14일 제재심의 질의응답 대상이던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비롯한 20여명의 국민은행 임원은 고스란히 제재심에 참석해야 한다. 당초 금감원이 예상한 물리적 소요시간만 4시간으로 다섯번의 제재심에 비춰봤을 때 이날 결론을 내리기엔 무리가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징계수위를 떠나 두달간 지속된 제재심 탓에 KB금융은 시장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신한은행 대출점유율은 15.5%→15.7%, 우리은행은 16.3%→16.4%로 상승했지만 국민은행은 오히려 19.6%에서 19.4%로 줄었다. 예금점유율도 다른 경쟁사들은 늘어난 데 비해 20.9%에서 20.5%로 감소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오히려 6월에 징계가 정해졌으면 사태를 수습하고 영업과 내부통제에 몰두했을 것"이라며 "장기화되면서 결국 징계대상자는 심적부담감이 가중됐고 KB금융도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KB금융 고위 임원들이 징계수위 경감에 몰두하는 사이 '리딩뱅크'의 자리를 내줄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중징계 밀어붙이기? 치열한 로비戰에 권위 지키기 바쁜 금감원
금감원은 제재심을 둘러싼 로비, 감사원의 감사결과 등 외풍에 시달리고 있지만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해 시종일관 '중징계'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금도 주전산기 교체 관련 내분만으로 임영록 KB금융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중징계 사유로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제재심 전(前) 사전통보 할때만 해도 '중징계'에 대한 의지가 기세등등 했지만 징계결정이 5번이나 연기되면서 징계 근거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주전산기 교체 내분을 가지고 CEO를 중징계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 무리가 있다며 사업계획서 미이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KB금융 내부의 문제를 금융당국이 징계로 다루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주장인 것.
금융위와 금감원간의 의견 충돌도 문제지만 제재심 일정부터 무리수였다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 6월 첫 제재심에서 모든 결론을 한번에 내려했던 점이 화근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의 (대규모 징계를 한번에 하려는) 의도야 백번 양보해 이해할 수 있지만 200여명의 임직원 생사가 걸린 징계 문제를 한 제재심에 처리했다면 그 또한 문제제기가 됐을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이) 제재가 어떤 시기에 어떤 효과를 갖는 지에 관심을 가진다면 제재로 인한 또다른 정치적인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