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23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진행된 '2014 새누리당 연찬회' 전체회의(자유토론)에서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과 황영철 의원, 정미경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당 지도부는 물론 대통령도 가족들을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병국 의원은 "40일 동안 단식하던 김영오씨가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힘 없이 걸어가는데 경찰이 막았다는 것은 누가 어떤 얘기를 해도 말이 안 된다"며 "대통령이 김영오씨 병실을 직접 찾아가 유가족과 만나야 한다. (김무성) 대표도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야당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도) 유가족과 직접 협상해야 한다"며 "유가족이 믿게끔 신뢰를 줄 수 있게 다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영철 의원과 정미경 의원도 박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 면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우리 당이 올바른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우리가 세월호 가족들에게 따뜻했는가를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며 "이 시점에서 세월호 가족들을 만나냐, 안 만나냐는 문제에 대해 우리는 가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미경 의원도 "(민간단체인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에) 기소권·수사권을 주는 것이 현행법이라는 이 테두리 안에서는 안 된다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기소권·수사권을 주고, 진상조사위 전체를 법률가 출신으로 채워 사법체계 근간을 흔들지 않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22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2014 새누리당 연찬회' 모습.(사진=곽보연기자)
반면 이같은 일부 의원들 주장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노근 의원은 "세월호 문제를 접근함에 있어 일정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며 "응급상황을 넘기기 위해 대통령을 만나게 하는 일을 하면 안된다"고 반박했다.
또 홍문표 의원은 "인정이 없는 사람이 누가 있나. 국가를 책임지는 여당이 원칙을 잃어버리면 국가가 흔들린다"고 했고, 안덕수 의원도 "지금 대통령이 유가족과 만난다면 일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회의를 마친 뒤 이완구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원칙은 지키되 대단히 유연한 자세로 유가족들과의 대화를 열어놓겠다"며 "다만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앞으로 배·보상 문제 등을 9월부터 논의해야하는데 이 문제 또한 간단치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합진보당 의원단은 이날 "대통령이 결단하여 유가족과의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며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새정치연합도 논평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공약이었던 '국민 대통합'을 헌신짝 취급했지만 이제야 말로 국민대통합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이라도 단식 끝에 병원으로 실려 간 유민 아빠를 찾아가 병문안 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3일간 단식을 진행한 김영오씨는 지난 21일 저혈당 증세가 나타나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세월호 유가족은 23일 오후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주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에게 특별법 제정 약속 관련 면담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