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류석기자] 차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원장 최종 후보 3인 중 관련 분야와 무관한 청와대 출신 인사 등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ISA의 인터넷 산업 진흥 업무 중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분야인 보안분야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 최종 후보로 올라온 것으로 파악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IT 및 보안 전문가가 KISA 원장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KISA 신임 원장 후보로 백기승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김영환 전 KT부사장, 홍진표 한국외국어대학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등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들 3명의 후보에 대한 인사검증과 신원조회를 거쳐 오는 9월 초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신임 원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KISA원장을 거쳤던 인사들은 부적절한 행동으로 중도 사임하거나, 정치권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IT업계에서는 KISA원장 자리가 권력에 잘 보인 사람들이 잠시 거쳐가는 자리로만 인식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또 최근 여러 보안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KISA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 할 수 있도록 이번만은 충분한 능력과 경력을 갖춘 원장이 부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반적인 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산업에 대한 이해는 물론 보안 분야에서도 능력이 검증된 인사가 와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장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정치권 인사가 또 다시 원장으로 부임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KISA 내부는 물론 관련업계에서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청와대 출신 인사가 KISA원장으로 부임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IT와 관련해 아무 경력도 능력도 없는 비전문가가 KISA원장으로 온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정부가 인터넷 산업과 보안 산업 발전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전남 나주로 기관 이전을 앞두고, 내부 직원들의 이탈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 산업에 대한 이해는 물론 직원 관리에 대한 능력도 갖춘 원장이 부임해야 하는데, 현재 남아있는 후보 중에 이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갖춘 사람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역대 KISA원장들 대부분이 관련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 받은 적임자라기 보다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내려 보낸 인사들이었다는 평가가 업계의 중론이다. 또 지금까지 원장을 지냈던 3명의 인사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업계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지금까지 KISA가 추진했던 사업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못했고, KISA 내부적으로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됐다고 지적한다.
KISA 초대 원장은 김희정 현 여성부 장관이다. 김 전 원장은 IT업계와는 거리가 먼 인사로, KISA가 수행하는 사업에 추진력을 실어주기 위한 대외 활동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전형적인 정치인 출신 기관장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전 원장은 임기 1년도 채우지 않고 청와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2대 원장인 서종렬 전 원장은 KISA 원장으로 부임하기 이전 SK텔레콤의 커머스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KT 미디어본부장을 역임했다. 서 전 원장은 2012년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피소 된 후 자진 사임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일했다는 점과 전형적인 TK(대구·경북)출신이라는 점이 원장으로 부임하는데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직전 원장이었던 이기주 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상임위원은 정부의 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일했던 관료 출신이다. 이기주 전 원장은 임기 3년 중 1년만 소화하고,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