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원 삼성토탈 사장 "석유협회 가입, 정유 4사 의지에 달렸다"

입력 : 2014-08-25 오후 5:08:15
◇손석원 삼성토탈사장이 지난5월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입원 후 처음 열린 수요 사장단회의 참석을 위해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News1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대한석유협회 가입은 정유사들의 의지에 달린 일입니다."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이 지난 4월 대한석유협회 가입이 불발된 것과 관련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손 사장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최로 열린 '석유화학업계 최고경영자 간담회'에 참석한 직후 <뉴스토마토>와 따로 만나 "정유사들의 처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손 사장의 발언에는 알뜰주유소 공급사임에도 정유사로 인정해 주지 않으려는 기존 정유 4사에 대한 서운함이 다분했다. 앞서 삼성토탈은 지난해 12월 대한석유협회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삼성토탈이 정식으로 신청서를 제출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대한석유협회는 지난 4월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박봉균 SK에너지 사장,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 김동철 S-Oil 수석 부사장 등 정유 4사 대표와 전용원 대한석유협회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연례총회를 열고, 삼성토탈의 협회 가입에 대해 논의했다.
 
당초 정유사들은 이 자리에서 찬반 표결을 통해 삼성토탈을 신규 회원으로 받을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결정을 미뤘다. 대신 "삼성토탈이 기존 정유사와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추후 재논의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정유업계 안팎에서는 알뜰주유소로 궁지에 내몰린 정유사들이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의식하느라 우회적으로 가입을 거절한 것으로 해석했다. 막대한 자본력의 삼성이 정유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일 경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삼성토탈은 석유협회 결정 직후 "회의 결과는 아쉽지만, 부결이 아니라 논의인 만큼 재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협회 입성에는 실패했지만, 삼성토탈은 '제5 정유사'로 자리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알뜰주유소 3차연도 2부 시장의 입찰에 참여해 알뜰주유소에 대한 공급권을 따냈다. 지난해에는 한국석유공사에 휘발유만 공급했지만, 올해는 경유로 공급 제품을 확대했다.  
 
아울러 정치권과 정유사들이 문제 제기했던 공급방식에서도 자유로워졌다. 지난해 수의계약에서 올해는 기존 정유사들과의 입찰 경쟁을 통해 공급권을 확보, 특혜 시비를 잠재우는 등 알뜰주유소 공급사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그간 시장논리와 알뜰주유소 무용론을 강하게 주장해 온 정유사들이 1부는 물론 2부시장 입찰에도 참여하는 등 알뜰주유소의 위상도 점점 올라가는 상황이다. 전체 시장의 10%에 불과한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느냐에 따라 시장 구도가 뒤바뀔 만큼 정유업계에서는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알뜰주유소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정유사들의 예상과 달리 그 영향력은 이미 찻잔 수준을 넘어섰다. 삼성토탈은 이 기세를 몰아 알뜰주유소 시장에서 안착해 나가고 있는 단계다.
 
현 상황이 삼성토탈에게 마냥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일까. 손 사장은 석유협회 가입 재도전 의사를 묻자 정유사로 공을 떠넘겼다. 그는 "석유협회에 들어가고자 했던 것은 더 이상 정유사와 싸우지 않고, 같은 동료로서 의견을 주고받기 위해서였다"면서 "정유사들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굽히고 들어갈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유사들의 눈총을 사고 있는 알뜰주유조 정책에 대해 뼈있는 말도 남겼다. 손 사장은 "알뜰주유소가 등장해서 기름값이 이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에 대해 비판만 할 게 아니라 그 효과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미국 정부가 최근 콘덴세이트(초경질 원유) 수출을 재개한 것에 대해서는 관심을 표명하며, 향후 도입 추진 의사를 밝혔다. 특히 국내 도입 물량의 85%를 담당하고 있는 카타르(2012년 기준)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미국산 콘덴세이트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손 사장은 "카타르가 국내 콘덴세이트의 물량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해 가격이 비싼 편"이라면서 "미국산을 들여올 경우 카타르산 제품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눈여겨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에서 실시된 첫 입찰에서 가격이 높게 책정돼 가격 추이를 좀 더 지켜본 뒤 수입을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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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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