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녹취중', '사담은 따로'.
최근 일부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사용하는 메신저 대화명이 냉랭한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강도 높은 채권파킹 거래 조사 이후 잔뜩 움츠러든 채권시장 관계자들의 강박적인 후유증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6일 한 채권업계 종사자는 "채권펀드매니저나 채권브로커들이 메신저 사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당국의 조사 이후 회사 차원에서의 내부 감시도 한층 강화됐다는 이유에서다.
채권운용역에게 메신저는 필수다. 특히 국내 채권거래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장외 채권거래의 대부분은 사설 메신저인 '야후 메신저'를 통해 이뤄진다. 채권금리 호가 관련 주요 정보도 메신저를 통해 주고 받는다.
금융당국의 규준에 따라 장외시장 참가자들의 메신저나 유선전화 내용은 기록, 녹음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회사 차원의 감시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이 삭막해졌다는 게 참가자들의 전언이다. 높은 보안성에 제3자 접근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산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인기인 이유다.
특히 금감원이 채권운용 종사자들의 메신저나 전화 내역을 살피고 사적인 내용까지 지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의 지침도 강력해졌다는 평가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일부 펀드매니저들이 장외에서 몰래 포지션을 돌리는 등의 파킹 사건도 문제였지만 장외거래라는 점을 악용해 펀드운용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은 금감원의 거래기록 요구에 명분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최근 들어 포멀한 대화 외엔 주고 받기 곤란해지면서 이른바 '형님거래'로 칭하는 친분을 이용한 거래가 불가해진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채권파킹이라는 게 사실상 친분 없이 발생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국과 회사의 규제는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업계 스스로 책임을 강화해 투명성을 강화해야 시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