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원전 유치로 삼척시·정부 갈등..행복추구권 VS 법적 근거

입력 : 2014-08-27 오전 11:35:16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강원도 삼척시의회가 삼척시청에서 제출한 삼척 원자력발전소 건설 주민투표 동의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원전 건설이 국가사무에 해당하므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삼척시와 대립하고 있다.
 
27일 산업부와 삼척시의회, 삼척시청 등에 따르면 삼척시의회는 지난 26일에 회의를 열고 삼척시청에서 제출한 '주민의 복리와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삼척 원전 유치신청 철회에 관한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삼척시청과 시의회 측은 주민투표 동의안 제출과 가결에 대해 "원전 유치는 주민의 생활·안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투표 동의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산업부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삼척시의 입장에 반대하고 나섰다.
 
산업부는 "정부는 2012년에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삼척 원전 건설사업 예정구역을 고시했고 이런 내용은 국가사무에 해당하므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주민투표를 주관하는 삼척시 선관위에 이런 입장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또 현행 전원개발촉진법에는 원전 건설과 관련해 지역민의 의견을 듣는 절차만 규정됐고 주민투표를 하는 내용이 없으므로 삼척시의 행동은 사실상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
 
정부의 태도에 대해 삼척시도 반박했다. 삼척시청과 시의회 측은 "원전을 건설 중이거나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면 국가사무겠지만 지금 삼척시는 원전 유치지역일 뿐"이라며 "여기에 최종적으로 원전을 신청하느냐 안 하느냐는 지자체의 사무"라고 설명했다.
 
또 "삼척시가 최초에 원전 유치신청을 할 때 시의회에서는 주민투표를 통해 최종 신청을 결정한다는 단서를 달았고, 주민투표 대상에는 주민의 생활·안전 등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을 투표로 결정할 수 있다고 됐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주민투표는 원전에 대한 주민의 여론을 듣기 위한 것으로 주민들이 원전 유치를 찬성하면 원전을 짓겠다는 게 삼척시 입장"이라며 "정부가 지레 겁먹고 반박 자료를 내고 선관위에 산업부의 개별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오버"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까지 삼척시에 동조하고 나섰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성명을 통해 "주민투표안 통과는 삼척시민들의 민심을 확인할 좋은 발판"이라며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민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가로막는 산업부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삼척시의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주민투표 동의안에 정부가 제동을 건 것은 지자체의 권한을 제약하고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처사"라며 "시민들이 원전의 위험성에서 벗어나 안전을 추구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주민투표 동의안 통과에 따라 삼척시청은 삼척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주민투표 시행을 통보하고 이르면 10월을 전후에 투표를 진행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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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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