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론과 거품론 사이에 낀 신재생에너지 사업

입력 : 2014-08-22 오후 4:35:55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전력난과 자원고갈 위기 극복의 해결책으로 신재생에너지 육성이 대안으로 꼽히면서 정부와 업계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 분야의 사업성이 워낙 불투명해 누구도 적극적으로는 못 움직이지 모양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는 5363곳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2012년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를 시작한 지 3년 만의 성과로, 설비용량도 2644㎿에 이른다.
 
업체 수가 늘어난 만큼 대기업이 신재생에너지 개발도 증가했으며 성과도 가시화됐다. 삼성과 LG(003550) 등은 스마트그리드와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을 연계하고 있으며 일찌감치 태양광 시장에 진출한 한화케미칼(009830)도 최근 실적이 개선됐다.
 
◇풍력발전설비 전시장(사진=뉴스토마토)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해외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북·남미와 유럽, 중국 등을 중심으로 석탄·화석연료 체제를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인식이 확대돼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장 역시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경연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지난해 새로 추가된 세계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은 39GW"라며 "설비 설치가격은 줄고 설치규모는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태양광 부문의 비중이 가장 크지만 다른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성장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산업부도 이미 2004년부터 풍력을 수소·연료전지, 태양광과 함께 3대 연구개발 사업으로 지정해 제주도와 강원도 등에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했다.
 
업계는 풍력발전이 바람이라는 자연자원만 있으면 되고 중공업이나 조선산업 등으로도 파급효과를 낼 수 있어 2020년까지 시장규모가 6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업계도 고민은 있다. 아직 시장성이 뚜렷하지 않아 투자비용 대비 수익이 극히 미미하다는 점. 한화케미칼은 지난 1분기에 태양광 사업에서 마침내 흑자를 냈지만 이게 무려 12분기 만에 적자를 탈출한 경우니 영세 업체는 말할 것도 없다.
 
정부가 서해안권에 조성 중인 해상풍력단지(2.5GW급) 개발사업은 17조원이 투입된 국내에서 가장 큰 해상풍력 개발이지만 애초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던 효성중공업과 삼성중공업(010140) 등은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며 차례로 사업에서 손을 뗐다.
 
신재생에너지 업계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지원이다. 정부는 1·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육성 의지를 밝혔지만 업계의 가려운 등을 못 긁어주고 있다. 업계가 가장 지적하는 부분은 정부의 지원이 양적으로만 늘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을 시작하지 10년이 넘었으나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전체 에너지원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대에 머물렀다. 녹색성장을 외친 MB정부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이 겨우 0.32%포인트 올랐다.
 
이러다 보니 현재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업체마다 홀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대박론과 거품론 사이에서 갈팡질팡 헤매는 모습으로 요약된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거품을 걷고 전력위기와 자원고갈의 대안이 되려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하고 영세 업체도 충분히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조금이라도 수익을 거두는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상훈 이상훈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독립적인 정책이 아닌 전력정책이 하위개념으로 인식돼 보급에 차질이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국가에너지 정책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를 대상으로 발전차액지원 제도를 도입하고 금융지원책 확대 부지확보 어려움 해소, 높은 임대료 문제 해결, 값비싼 계통연계 비용 절감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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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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