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건설경기 불황과 이케아 상륙 소식에도 국내 가구업계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장기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가 국내 가구업계에 직격탄이 될 것이란 우려를 감안했을 때 의외의 결과다.
대형 가구사들은 건설사가 주도하는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시장에서 소비자가 주도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시장으로 재편해야 할 필요성을 빠르게 인지, 지금은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환경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다. 실적 성장을 이끈 배경이다.
28일 부엌가구 전문회사 에넥스는 2분기(연결기준) 영업이익 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97억원으로 1.5%, 당기순이익은 14억원으로 65.5% 늘었다. 외형적 성장을 뛰어넘는 수익 추구로 내실을 단단하게 다졌다.
지난해 가구업계 최초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한 한샘은 2분기 영업이익이 2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1% 늘었다. 매출액과 순이익(법인세 비용 차감 전)은 각각 3034억원, 2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6%, 27.8% 증가했다.
현대백화점그룹 품에 안기며 든든한 유통망을 확보한 현대리바트는 지난 1분기 실적 전환에 성공한 뒤 2분기 역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갔다. 2분기 영업이익은 1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5%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743억원으로 24.2% 늘었으며, 당기순이익은 683.98% 급증한 93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대형 가구업체들의 실적이 성장하게 된 공통적인 이유는 각 업체 고유의 브랜드파워를 토대로 B2C 사업까지 아우르면서 체질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분양과 이사로 인한 가구 수요가 줄어들자 각 가구사들은 리모델링과 인테리어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는 표적지를 정확히 관통했다.
업계 1위 한샘은 2분기 인테리어 사업과 부엌유통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22% 증가하는 등 가구와 인테리어, 주방 등 B2C 부문에 있어 고른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2008년 68%에 불과했던 B2C 비중을 현재 90%까지 끌어올림으로써 가격싸움을 해야 하는 건설사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낮췄다.
한샘 관계자는 "인테리어 건자재 유통 브랜드인 Ik사업 등 온라인 유통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기존 대리점 유통 외에 인테리어 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새로운 유통을 구축, Ik 영업사원 확충과 제휴점 교육, 지원 등을 통해 올해 30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리바트도 B2C전략을 실적 성장 키워드로 제시했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B2B를 줄이고 B2C에 주력해왔다"며 "매장 확대로 소비자 접근도를 높이고 홈쇼핑과 온라인까지 B2C 채널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유통망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2년 론칭한 온라인 사이트 '리바트몰'을 기존 홈페이지와 통합해 '현대리바트'로 새롭게 오픈했다. 에넥스 역시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 매출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가구업계에서는 1990년대 이후 건설된 아파트가 오는 2020년까지는 재건축 시장으로 들어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분간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시장의 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변수는 이케아의 국내 진출이다. 일각에서는 이케아의 상륙으로 국내 가구시장의 '파이'가 커질 것이란 기대도 나오지만, 이케아의 공세에 가구업체들이 받게 될 타격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이다. 젊은 층을 사로잡는 독특한 디자인과 제품철학, 초저가 가격정책에, 초대형 매장을 통해 물량싸움을 벌이는 이케아는 여전히 두려운 대상이다.
때문에 국내 가구업계는 이케아의 '공간권력'에 맞대응하기 위해 초대형 매장을 선보이는 한편 온라인 유통 강화, 매장 수 확대 등 소비자와의 접점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이케아의 저가전략에 프리미엄 전략으로 경쟁력을 차별화했다. 1인가구 등 젊은 층의 수요를 뺏기더라도 소비력 있는 중장년층의 고가 수요는 고급화로 다잡겠다는 전략이다.
에넥스는 올 상반기 아이파크몰 내 매장 입점을 비롯해 전국 20여개의 신규 대리점을 오픈했다. 한샘은 올해 부산 센텀과 서울 목동에 대형 플래그십스토어를 선보였으며, 최근 서울 용산에 대형매장을 오픈한 현대리바트는 하반기에 2개의 대형 전시장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매장에 프리미엄관을 따로 마련하는가 하면, 고가의 가구를 들여 놓음으로써 '고급'이라는 이미지로 이케아에 맞불을 놨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이케아의 국내 진출이 독이 될지, 득이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오래 전부터 대응책을 마련해왔다"며 "시기가 올해 말로 다가온 만큼 국내가구업체들이 직매장, 온라인 등으로 유통 채널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