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호수의 이방인'..욕망은 악일까?

입력 : 2014-08-31 오후 12:00:00
 
◇"오늘 혼자 왔어?" 미셸(크리스토프 파우 분·왼쪽)이 프랑크(피에르 데 라돈샴 분)에게 말 걸고 있다. (사진=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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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키스해줘 나올 것 같아." 알랭 기로디 감독의 영화 <호수의 이방인>은 남자 동성애자들의 정사 장면이 그야말로 '리얼'하다. 영화 속 주인공이 "나올 것 같아"라고 표현할 때와 같은 '과정'을 다룬 장면은 틈만나면 등장하고, 나오고 있는 '결과'도 아무런 방해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장면만이 이 영화가 제66회 칸 영화제에서 퀴어 종려상과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상을 받은 이유는 아닐 것이다. 영화 주인공인 프랑크를 연기한 피에르 데 라돈샴이 세자르 영화제에서 남우신인상을 받게 한 이유 중 하나일지는 모르겠지만. 심의 문제로 국내 정식 개봉이 지연되고 있는 이 영화를 '씨네코드 선재'에서 지난 29일 만나봤다.
 
이 영화는 육체적 사랑에 대한 욕망이 인간 자체에 대한 사랑을 잊게 하는 문제를 다뤘다. 감독이 정사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 이유는 욕망하는 것의 끝을 사유해보라는 것 같다. 그러면서 악(惡)이란 무엇인지도 질문한다.
 
호수와 숲, 하늘, 벌레 소리 등 자연이 극 분위기를 전하는 역할을 하면서 관객의 몰입을 부추기는 것은 기술적 특징이다. 풍경을 한참 응시토록 하는 이유는 천천히 사유하라는 배려인 듯하다. 다만, 살인자를 찾는 형사가 주제 의식의 일부를 또박또박 정직하게 말하는 장면은 아쉽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면, 문제의 중심인물은 미셸(크리스토프 파우 분)이다. 그는 동성애자들이 모이는 호수에서 애인과 수영을 하다가 그가 물 속에서 영원히 나오지 못하도록 완력을 가했다. 미셸은 살인을 저질렀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호수를 다시 찾는다. 다른 파트너 프랑크도 만난다.
 
프랑크는 미셸이 사람을 죽인 사실을 알면서도 그와의 육체적 탐닉을 시작한다. 미셸의 파트너가 영원히 사라진 건 그를 원했던 프랑크에겐 기회였다. 며칠 뒤 호수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다. 그럼에도 호수의 동성애자들은 여전히 한가롭게 나체로 누워 있다가 수영을 하거나 숲 속에서 몸을 섞을 파트너를 찾는 일에 열중한다.
 
 
이들은 오히려 변사체 발견 탓에 사랑을 나눌 곳이 없어질까 걱정이다. 물에 빠져 죽은 사람에 대한 관심은 없다.
 
사건 이후에도 햇빛을 받은 호수의 노란 물결은 잔잔하다.  숲 속에서 사람이 내는 신음과 풀벌레가 쏟아내는 소리 또한 예전과 같다. 프랑크는 형사의 취조에 모른다고 한다. 이것은 악일까?
 
극은 프랑크를 정신적으로 사랑한 '뚱보 남자' 앙리(파트리크 다쉼사오 분)가 미셸이 살인자인 사실을 눈치채면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앙리는 미셸이 다른 남자의 남자인 것을 인정하지만, 그에 의해 파괴되는 것은 싫다. 그는 육체적 사랑을 욕망하는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호수에서 이방인이다. 미셸은 이런 앙리를 죽여 입을 다물게 한다.
 
추가 살인이 벌어지자 프랑크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면서도 미셸을 찾는 모순을 보인다. 그를 욕망하기 때문이다. 호수의 물결은 거세게 일렁인다.
 
동성애는 영화가 달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한 도구일 뿐이다. 그것은 영화에 나오는 호수나 숲, 하늘과 다르지 않다. 동성애가 일반적 사랑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다만, 욕망을 사유해보라고 감독은 강하게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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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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