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이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꼬박 8년이 걸렸습니다. 여러 공인기관이 인정해준 기술력인데, 금융권에서는 쳐다보지도 않으니….”
서울 송파구에서 다나에너지를 운영하고 있는 김백건 사장은 지난 8년간의 개발 끝에 최근 시판에 들어간 에너지 절약 정보시스템 ‘엘카’를 소개하는 말로 입을 열었다.
“엘카 시스템은 계절별, 시간대별로 출력전압을 일정하게 제어하는 방식으로 산업 시설, 개별 가정 등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으로, 이를 이용하면 전자 기기의 수명을 1.5~2배 가까이 늘릴 수 있습니다. 또 가정내에 독립된 모니터를 장착함으로써 현재 전기사용량 및 안정적인 전력 공급여부 등을 가정에서 즉시 체크할 수 있고 이를 음성으로도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이 시스템을 활용해 실증 실험을 한 결과 소비전력이 15% 가량 감소했고, 전기 제품 수명이 연장돼 유지관리비 또한 15% 이상 줄었다고 김 사장은 설명했다.
다나에너지는 이 기술로 2007년에는 ISO 9001과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 품질인증(Q마크)을, 지난 2월에는 2008 디지털 이노베이션 대상에서 기술표준원상을 수상해 에너지절약 기술보유 업체로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런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고민은 여전히 덜어지지 않고 있다.
하루 빨리 시스템을 대량 공급하고자 경기도 안성에 공장 신축을 계획하고 있지만, 시중금융권을 통해서는 돈을 마련할 길이 없는 것이다.
“왜 은행을 안 찾아가봤겠습니까? 처음에는 저희 기술과 계획을 들어보고 다들 감탄을 합니다. 그런데 그게 다예요. 결국은 당장의 매출이 없다고 외면해 버립니다."
김 사장은 "아무리 자료를 갖다주고 설명을 하면서 '좀 꼼꼼하게 봐달라'고 호소해도 말이 안통한다"며 "기술개발에 매달린 8년동안에 대해 '매출이 없었다'고 매도해버리니 기가 막힌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이는 이 회사만 겪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조사해 발표한 '기업신용평가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업체 10곳 중 7곳이 기술력과 미래수익창출력에 대한 금융권의 신용평가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대출심사 때 재무제표에만 의존하면서 오랜 기간 기술개발에 매진해 온 기업들이 시장에 나갈 수 있는 활로 자체가 차단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상의 관계자는 “중소기업 신용평가시 기술력이나 특허권, 브랜드 등의 무형자산과 미래수익창출력의 반영비율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신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상의는 이런 내용을 담은 ‘기업신용평가 문제점 및 개선방안 건의문’을 이번주 금융위원회 등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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