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달러·엔 8개월來 최고..엔저 다시 불붙어

엔저 가속..달러·엔, 105엔 돌파
GPIF 개혁 기대감 '솔솔'..BOJ 추가 부양 전망도 부각
"달러·엔, 올 하반기 107엔대 돌파할 것"

입력 : 2014-09-03 오후 1:23:23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5엔대로 급락하면서 엔저에 또 다시 시동이 걸렸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최근 고조된 일본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엔저 기조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올 초 이후 처음으로 105엔대를 넘어선(엔화 가치 하락) 만큼 앞으로도 추가 상승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 8개월 만에 첫 105엔대 진입..5년 고점 근접
 
3일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오후 12시10분 현재 전일 대비 0.10% 오른 105.19엔을 기록 중이다.
 
이로써 환율은 지난 1월 초 이후 처음으로 105엔대에 진입해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105.45엔에 근접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 차트(자료=야후파이낸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잠시 주춤했던 엔화 약세 추이에 다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엔화 가치는 지난해 달러 대비 18% 가량 하락해 1979년 이후 최대 낙폭을 보인 이후 1월에 다시 101엔대로 올라서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엔화 가치는 원화에 대해서도 큰 폭으로 밀리고 있다. 원·엔 환율은 장중 한때 100엔당 970원 아래로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조됐던 2008년 6월 이후 6년 만의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日내각 개편 기대에 엔저 '탄력'..BOJ 회의에도 '촉각'
 
엔화가 다시 내리막길을 걷는 배경으로 일본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빼놓을 수 없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발표하는 내각이 일본 공적연금(GPIF)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주식 매수를 부추겼고, 이에 따른 주식 시장 강세 흐름이 엔화 약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그동안 GPIF 포트폴리오를 채권 위주에서 주식 위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온 시오자키 야스히사 자민당 중의원을 후생노동상으로 3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후생노동성은 GPIF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이다.
 
발렌틴 마리노프 씨티그룹 스트래지스트는 "GPIF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주장하던 야스히사 중의원이 후생노동상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며 "투자자들이 GPIF 포트폴리오 개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리 주식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앞두고,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며 엔저를 부추기고 있다.
 
다카시마 오사무 외환 스트래지스트는 "일본 경제지표에 대한 실망감으로 BOJ가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이는 BOJ 회의를 앞두고 엔화 변동성을 더 확대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달 발표된 일본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으로 6.8% 위축된 데 이어 지난주 7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까지 일제히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자 BOJ의 추가 부양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달러·엔, 추가 상승 여력 충분"..연내 107엔 돌파 전망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엔화 가치의 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특히, 엔화가 기술적으로 약세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우메카와 도시유키 미즈오은행 외환 부문 부대표는 "달러·엔 환율이 기술적인 저항선인 104.50엔선을 넘어선 만큼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날 환율은 연고점인 105.45엔을 테스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시장 참여자들의 달러 매수 심리 역시 강화되며 달러·엔 환율 추가 상승 전망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통화정책이 다른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과는 달리 점진적으로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달러의 추세적 랠리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주요 7개 통화와 달러화의 비율을 나타내는 WSJ달러인덱스는 지난 2개월 동안 3.4%나 급등했다.
 
게리 허버트 브랜디와인 글로벌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달러화만 콧노래를 부르고 있고 유로화와 엔화는 달러화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유로 혹은 엔화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축소했다"고 말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유로화 혹은 엔화 대비 미 달러화 강세에 베팅하는 투자자자들은 올 초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달러·엔 환율이 하반기 중 107엔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부각되고 있다.
 
톰 윌리엄 GO마켓 애널리스트는 "주요 선진국들 정책 간에 탈동조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달러·엔 환율은 올해 말 107 혹은 108엔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빈 프렌드 NAB 스트래지스트도 "GPIF의 위험 자산 매입 확대 전망 등으로 엔화 약세 흐름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연말에 108엔대까지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내년 달러·엔 환율 전망치를 120엔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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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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