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를 프리오픈(pre-open)할 계획이다. 온라인 게임이 아니라 건물을 프리오픈 한다는 이야기는 처음이다. 마치 온라인 게임을 베타 테스트해서 버그도 잡고 이용자들에게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처럼 시민들이 제2롯데월드에 미리 가보고 "안전하다"는 입소문이 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시민들이 직접 가서 보아도 당장 문제점을 찾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무엇보다도 서울시 공무원뿐 아니라 시민 전문가들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추석 연휴와 다음 주말 시간 날 때 들러 롯데 측 가이드의 친절한 안내와 함께 둘러보면 "안전하다"는 인상이 확 박힐 것이다. 이후 제2롯데월드에 대한 불안감은 조금씩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운치 않고 체증이 있는 듯 무언가 걸리는 마음은 쉽게 가시지를 않는다.
제2롯데월드 공사가 시작된 후 석촌호수 수위는 줄고 있다. 제2롯데월드 공사장의 지하수 유출량은 450톤에 이른다. 일각의 전문가들은 공사로 지반에 균열이 생기면서 석촌호수물이 지하로 유입된다고 우려했다. 지하수 흐름이 변하면 지반이 약해지거나 싱크홀이 생길 수도 있다.
프리오픈을 앞두고 시민들이 제2롯데월드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것도 석촌호수물 유실 현상이다. 1년에 서울시에서만 도로 함몰이 500건 이상 발생하지만 서울 도심인 잠실 주변에서 싱크홀이 나타나자 공포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앞서 서울시는 잠실 싱크홀이 지하철 공사 때문에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롯데 측은 공사와 석촌호수 수위 감소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2롯데월드 공사가 시작 된 후 석촌호수 물이 왜 줄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답변은 명확하게 나온 것이 없다.
석촌호수 감소 원인에 대한 용역 결과는 내년 5월에나 알 수 있다. 시민들은 불안감을 내년까지 가슴에 얹고 가야한다.
서울시는 프리오픈 기간 동안 승인은 사실상 유보상태라고 밝혔다. 시민들의 불안 속에서 승인을 강행하기 보다는 개방 전 실제 이용 상황을 지켜볼 기회를 갖고, 문제점이 발생하면 승인을 유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민들을 생각하면서 짐짓 강경한 모습이다.
그러나 정말 서울시는 프리오픈 기간 동안 제2롯데월드의 문제점들을 제대로 잡아낼 수 있을까?
당장 교통 문제를 짚어보자. 서울시는 "프리오픈 기간 중 교통수요관리대책 이행 준비 실태와 주변 교통 상황을 모니터링 해 문제점이 있는지 사전에 면밀히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차장을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차를 가져올 수 없는 '주차장 예약제'를 최초로 시행한다고 한다.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가 정식 개장하면 하루 2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프리오픈기간 동안 제2롯데 월드는 사실상 빈 건물이다. 정식개장 이후와는 엄연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제2롯데월드 주변 교통은 평소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혼잡한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가 프리오픈 기간 동안의 교통혼잡도 조사 결과를 놓고 얼마나 제2롯데월드 교통수요관리 대책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서울시가 계획한 프리오픈은 제2롯데월드 개장을 위한 면죄부와 다름 없다. 대기업인 롯데, 경기 활성화에 목을 매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 안전 욕구가 부쩍 높아진 시민들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