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이인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를 한국방송공사(KBS) 보궐이사로 추천한 것을 놓고 방송통신위원회가 계속 여진을 겪고 있다.
4일 열린 방통위 제41차 위원회 전체회의는 상정 안건을 심의하기 앞서 지난 1일의 비공개 전체회의와 관련한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의 문제제기로 시작됐다.
김재홍 위원은 "월요일 전체회의에서 불미스럽게 퇴장한 위원으로서 향후의 원만한 회의를 위해서도 정리가 필요하다 생각했다"며 "당시 회의는 전반적으로 인사안을 논의하기 부적절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인호 교수를 KBS 보궐이사로 추천하는 방안을 논의했던 당시 회의에서 김재홍 위원과 고삼석 위원은 최성준 위원장을 포함한 여권 추천 위원들의 의결 강행에 반발해 회의장을 떠났다.
이후 최 위원장과 허원제 부위원장, 이기주 상임위원은 다수결 원칙에 의거, 이인호 교수 추천안을 통과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일 이인호 교수를 KBS 이사에 임명했다.
야권 추천 위원들의 문제 제기는 이인호 이사가 이미 임명된 탓에 그의 자격 여부보다는 방통위의 의사결정 과정의 절차상 문제에 집중됐다.
김재홍 위원은 "이인호 후보에 대한 제안을 처음 들었던 것이 목요일(26일) 오후였다"며 "차주의 회의에서 바로 의결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전했다.
이길영 전 이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것이 26일이고 청와대의 사표 수리가 28일이었는데 전임자 사표가 수리되기도 전에 후보 제안이 나오고 전체회의 일정이 잡힌 것은 너무 성급했다는 의미다. 1일 회의에서도 야권 추천 위원들은 최소 일주일만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 역시 묵살됐다.
그는 이어 "2명의 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다수가 찬성했다는 이유로 의결을 강행한 것은 합의제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고삼석 위원 역시 "다수결은 최종적인 의사결정 수단이며 대화와 타협, 설득이 전제돼야 하고 소수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지만 당시 회의에서는 이 같은 것들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도 힘의 논리로 의사를 결정하겠다는 의지로 보이며 분명한 다수결의 횡포였다는 의견이다.
김 위원은 또 "해당 인사안에 대한 방통위 사무처의 기본적인 검증절차도 없었던 상황"이라며 "관행이었다고 하지만 옳지 못한 관행은 따를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인사안을 논하는 자리에서 과거 활동 사항과 경력을 짚는 것은 불가피한데 이에 대해 명예훼손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발언을 제지하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합의제 원칙은 최대한 지키려 하지만 모든 사안에 대해서 의견 일치를 볼 수 없지 않냐"며 "경우에 따라서는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의결을 강행한 배경에 대해서는 "KBS 정관에 따르면 30일 내에 새 이사를 임명하도록 돼 있지만 가능하면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며 "잔여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KBS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라도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짧은 시간 내에 다시 논의를 가질 수도 있었지만 부위원장의 해외 출장과 추석 연휴 등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인사안을 결정하기 전 시민단체 등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외부의 의견을 전혀 참작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마냥 다 들어줄 수는 없다"며 "외부라는 범위 설정도 다양하기 때문에 방법을 정해놓을 부분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위원들은 "합의제 원칙을 지키기 위해 가급적 노력을 하고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도 합리적 방안을 찾겠다"며 한시간에 가까운 논쟁을 마무리했지만 '필요한 경우'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의 문제가 재현될 소지는 여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