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이호진(52) 전 태광그룹 회장과 손위 누나 재훈(58)씨의 상속소송에서 법원이 이기화(80) 전 태광그룹 회장을 구인할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전현정 부장)은 4일 열린 4차 공판에서 "이 전 회장은 이번 사건의 중요한 증인"이라며 "구인하기 전에 출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인은 피고인이나 증인을 일정한 장소에 연행하는 것으로, 민사소송법상 법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의 구인을 명할 수 있다.
이 전 회장은 앞선 공판에서도 증인으로 채택돼 재판부로부터 출석명령을 받았으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이선애(86) 전 태광그룹 상무의 동생으로, 재훈·호진 남매의 외삼촌이다. 게다가 앞서 태광그룹을 맡아 운영해왔던 만큼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태광家의 상속내용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속관계라면 어머니 이 전 상무가 더 잘 알수도 있지만 그는 횡령혐의 등으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 고령과 지병으로 지난 7월 형집행정지를 받고 요양 중이다.
이 전 상무는 현재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는 상태여서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재판부가 이 전 회장을 구인할 것을 시사하자 이호진 전 회장 측 대리인은 "법원에 출석하라는 통지서를 받았을 것"이라면서도 "조카들 싸움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무작정 나오라고 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조카들 싸움에 끼어들기 싫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며 "사실대로만 진술하면 될 것"이라고 이 전 회장의 자발적인 출석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재훈씨 측 변호인은 "이 전 회장에게 재소환을 한 번 더 요청해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이처럼 이 전 회장의 출석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양측이 주장하는 상속관련 재산내역을 확정하기 위해서다.
이호진 전 회장은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된 증여세 취소소송에서 재산내역을 제출했다. 그러나 재훈씨가 이번 소송에서 제출한 관련 녹음파일은 내용이 다르다. 때문에 상속재산부분에 대한 확정을 위해서라도 이 전 회장의 증언이 필수적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앞서 재훈씨는 2012년 이호진 전 회장을 상대로 선대회장인 아버지 故 이임용 회장으로부터 단독으로 상속받은 차명주식 등 78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씨는 "2010년 10월 이후 검찰의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차명주식, 비상장 주식 등이 단독 상속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동생이 재산을 실명화, 현금화하면서 전혀 알려주지 않는 등 상속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공판기일은 내달 30일 오후 3시3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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