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내년까지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50% 달성을 목표로 세우고 시장 장악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되는 2015년 이전에 최첨단 공정을 앞세워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삼성전자는 모바일 D램을 중심으로 글로벌 고객사들에 대한 공급여력을 대폭 강화해 D램 시장 점유율 50% 달성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20나노 D램 공정 비중을 연말 기준 10%로 내다본 시장조사기관의 예상치보다 크게 늘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삼성전자가 경기도 화성 17라인(S3)에 새로운 장비를 들여 중장기적으로 월 4만장~6만장 수준의 증산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문이 점점 사실로 가시화되고 있다. 이같은 소문은 골드만삭스 등 미국 투자은행을 통해 확대·재생산되며 최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주들을 '패닉'에 몰아넣기도 했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국내 17라인의 14나노 핀펫(Fin-Fet) 제품 양산을 내년 2분기로 늦추는 대신 신규 장비를 들여 D램을 먼저 생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7라인에는 최신 공정인 20나노 공정 장비가 들어설 예정이며 모바일, PC, 서버향 제품을 뽑아낼 계획이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DS부문의 전략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트렌드와 거리가 먼 하이엔드급 성능의 칩을 생산에 주력하는 것보다 현재 시장에 가장 잘 맞는 제품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며 “공급을 늘린다기보다는 그동안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생산한 20나노 4Gb D램 모듈.(사진=삼성전자)
실제 그동안 삼성전자는 현재 D램, 낸드 가동 캐파에서 기존 거래선 이외에 신규 거래선 공급에 애를 먹기도 했다. 중국의 새로운 모바일, PC 업체들이 평균거래가의 10~15%의 프리미엄을 제의하며 공급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가동 가능한 캐파에서 공급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상당수였다.
현재 D램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 등 3사의 전체 매출이 전체 시장 규모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3사가 적절하게 공급량을 조절하며 D램 가격 역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대만의 난야, 이노테라 등 퇴출 직전으로 몰렸던 기업들이 극적으로 회생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난야의 경우 지난해 1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6개 분기 연속 이익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노테라 역시 반등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PC D램 공급을 조절하기 시작한 시점 이후부터 D램 업체들이 부활하기 시작했다"며 "난야의 경우 30~40나노대 공정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막대한 이익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탁월한 ‘기술통’이면서도 강성인 성격 탓에 ‘싸움닭’ 등의 별칭을 갖고 있는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이 현재 시장 구도를 이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안팎에서 제기된다. 삼성보다 2년 가까이 뒤쳐진 30나노대를 주력으로 하는 난야와 이노테라는 2분기에 무려 54.6%, 35.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바 있다.
우남성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자리를 비워놓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김기남 사장이 시스템LSI부문보다는 메모리 부문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히 유효하다. 당장 뚜렷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시스템반도체보다는 메모리 부문에서 과거 삼성 반도체의 지배력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