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수목극의 주연으로 발탁된 소녀시대 수영(왼쪽)과 에프엑스 크리스탈.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에이스토리)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집안 싸움이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소녀시대의 수영과 에프엑스의 크리스탈이 나란히 지상파 수목극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수영은 지난 10일 첫 전파를 탄 MBC 드라마 ‘내 생애 봄날’에, 크리스탈은 오는 17일부터 방송되는 SBS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 출연한다. 같은 소속사의 연예인이 경쟁작의 주연으로 동시에 출연하는 것은 드문 일. 수목극 여왕의 자리를 놓고 펼치는 집안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까.
◇첫 지상파 주연작..파격 캐스팅의 이유는?
수영은 지난 2012년 방송됐던 tvN 드라마 ‘제 3병원’과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연애조작단; 시라노’를 통해 연기 경험을 쌓았다. 크리스탈은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과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 얼굴을 비췄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지상파 드라마에서 극 전체를 이끌고 나가야 하는 주연을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 생애 봄날’과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측이 파격 캐스팅을 통해 승부수를 던진 셈.
‘내 생애 봄날’은 시한부 인생을 살다가 장기이식을 통해 새 심장을 얻언 여자 봄이(수영)와 심장을 기증한 여인의 남편 강동하(감우성)가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이재동 PD는 “극 중 캐릭터인 봄이에게 요구되는 건강하고 밝고 맑은 이미지에 부합이 됐다”는 말로 수영을 캐스팅한 이유를 설명했다. SBS ‘한밤의 TV연예’의 MC로 활약 중인 수영은 평소 재치 있는 입담과 발랄한 이미지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경우 가요계를 무대로 청춘 남녀들이 음악을 통해 진실한 사랑을 키워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가요계를 배경으로 하는데다가 여주인공 세나가 음악 프로듀서 역이란 점에서 연기 경험이 있는 걸그룹 멤버인 크리스탈이 주연 배우로 제격이었다는 것이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측의 이야기다.
◇감우성과 정지훈, 환상의 파트너 될까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연기자의 경우, 드라마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주변의 도움이 필수다. 특히 여주인공의 입장에선 함께 호흡을 맞추는 남자 파트너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관심은 수영, 크리스탈과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된 상대 배우인 감우성과 정지훈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에 쏠린다.
감우성은 데뷔 24년차를 맞은 베테랑 연기자다. 감우성의 입장에선 ‘내 생애 봄날’이 지난 2010년 방송된 KBS 드라마 ‘근초고왕’ 이후 약 4년 만의 안방 극장 복귀작인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제작 관계자는 “감우성이 베테랑 연기자답게 촬영 현장에서 연기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등 드라마를 이끄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적지 않은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감우성과 수영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1970년생인 감우성과 1990년생인 수영의 나이차는 딱 스무 살이다.
정지훈 역시 지난 2010년 전파를 탄 KBS 드라마 ‘도망자 플랜비’ 이후 약 4년 만의 복귀를 앞두고 있다. ‘상두야 학교 가자’, ‘풀하우스’ 등의 드라마를 통해 인기몰이를 했던 '월드스타' 정지훈이 오랜만의 복귀작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 1982년생인 정지훈과 1994년생인 크리스탈은 띠동갑이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관계자는 “가요계 선후배이자 서로의 팬인 정지훈과 크리스탈이 남다른 호흡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돌에 대한 편견 극복하나
아이돌들의 드라마 출연이 보편화됐다. 하지만 연기하는 아이돌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 특히 배우 매니지먼트사의 입장에선 아이돌들의 연기 도전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배우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신인급 배우들의 경우엔 드라마 출연 기회를 잡기도 힘들다”며 “그런 상황에서 지상파 드라마의 주연 자리를 꿰차는 아이돌을 보면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인 배우가 소속된 배우 매니지먼트사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배우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영화계를 통해 활로를 뚫으려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길거리에서 눈에 띄는 친구가 있어 캐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물어보니 가요 기획사의 연습생이라더라. 그런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가능성 있어 보이는 연기자 지망생들도 가요 기획사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아이돌들이 자신들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걷어내기 위해선 결국 대중들을 납득시킬 만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크리스탈에 앞서 먼저 스타트를 끊은 수영은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내 생애 봄날'의 첫회를 통해 당당하고 밝은 성격의 봄이 역할을 적절히 소화해냈다는 평가. 관건은 감우성과의 멜로 라인이 본격화될 앞으로의 회차에서 어떤 하모니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크리스탈로서도 아이돌 스타가 아닌 연기자로서의 경쟁력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만만치 않은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