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국가정보원은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수사부터 재판까지 일관되게 비협조적이었다.
원 전 원장 측은 국정원 조직의 특성을 이용해 검사가 위법한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유죄를 피하지는 못했다.
11일 원세훈 전 원장에게 징역 2년6월 자격정지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부장)가 쓴 판결문을 보면, 원 전 원장측은 우선 경찰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휴대전화 안에는 국정원 직원의 인적사항이 담겨 있고, 이를 분석하면 국정원의 편제 등이 드러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압수에 앞서 국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한 채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으므로 위법이라고 원 전 원장 측은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직무상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는 맞지만, 수사기관에 압수된다고 해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소위 '국정원 여직원 사건'으로 불리며 정치·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만들어 사실관계 파악에 관한 국민적 요구가 매우 높았던 사건"이라고 지적하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 직무상 비밀을 보호해 얻을 국가적 이익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원 전 원장 측은 검찰이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국정원 직원 2명의 개인 명의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해 수집한 증거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소용없었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정도로 중요한 직무상 비밀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이메일 계정에 저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직무상 중대한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원 전 원장 측은 또 검찰이 작년 10월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3팀 팀원 3명을 체포한 것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은 맞지만 집행에 앞서 국정원장에게 알렸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국정원장의 허락 없이는 국정원 직원을 체포하지도 신문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검찰이 체포영장을 집행에 앞서 국정원장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은 인정했으나, 이들에 대한 신문조서가 증거로 쓰지 못할 정도로 위법하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사실 당시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직원 3명은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진술을 대부분 거절했다.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전 현직 직원들도 원 전 원장에 대해 불리한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전략을 폈으나 효과가 없었다.
지난해 9월 재판에 나온 최형탁 전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3팀장은 검찰의 심문에 "모른다", "잘 알지 못한다"고 하거나 "나중에 비공개로 답하겠다"고 일관했다.
재판부까지 나서 "모른다고만 대답하면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갈 수 있다"고 지적했으나, 최 전 팀장의 답변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재판에 나온 전직 심리전단 직원 김모씨는 "검사만 보면 사지가 떨린다",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식으로 검찰 측 신문사항을 피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들의 법정 증인신문조서는 각각 증거로 채택돼 재판부 판단의 근거로 쓰였다.
◇서울중앙지법(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