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우크라이나 사태가 누그러지지 않은 탓에 유럽연합(EU)과 러시아의 경제 제재 주고받기 공방이 또 한 번 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유럽연합(EU)이 오는 12일에 러시아의 대형기업을 상대로 한 제재를 발효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EU 28개국은 지난주에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에 합의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 추이를 지켜본 후 결정하자며 발효 시점을 늦춰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 간에 맺은 휴전 협정에도 최근까지 유혈 교전이 지속되자 추가 제재를 시행키로 한 것이다.
이번 EU 제재에는 러시아 대기업이 유럽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지 못하도록 하는 안이 들어있다.
제재 대상 기업은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인 로즈네프트, 송유관 회사인 트랜스네프트, 가즈프롬의 석유 부문 자회사인 가즈프롬 넵트가 있다.
러시아 국영방산기업 우랄바곤자보드, 우주기업 오보론프롬, 국영항공업체인 UAC도 블랙 리스트에 올라 유럽에서 자금을 얻을 수 없게 됐다.
◇러시아 석유기업 로즈네프트 본사 전경 (사진=로이터통신)
지난번 제재 조치 때 빠졌던 러시아 고위 관료 24명에 유럽 여행 금지와 자산동결 조치 또한 적용된다.
아울러 EU는 첨단기술을 적용한 제품 수출도 중단하기로 했다.
헤르만 판 롬파위 EU 상임의장은 "오는 12일에 러시아 제재를 개시하고 이달 말까지 우크라이나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유럽과 함께 러시아 금융, 에너지, 군수 분야를 제재할 방침이다.
이에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동일한 제재로 맞서는 맞불작전을 구사할 계획이다.
가디언은 이날 러시아 정부가 EU의 각종 소비재와 중고차를 수입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제 수석 보좌관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는 "유럽연합(EU)이 수입에 의존해오던 일부 의류와 중고차량 등의 상품들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상식이 통한다면 이런 조치를 발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또 자국의 영공을 서방 항공사들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항공기가 아시아와 유럽 사이를 지날 때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고 우회하면 엄청난 유류비용과 추가시간이 발생할 수 있다.
서방은 러시아 정부가 겨울을 틈타 천연가스 공급을 끊어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게 했던 것처럼 에너지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서방의 제재에 보복하는 차원에서 EU와 미국, 호주, 노르웨이 등을 상대로 육류와 과일, 채소, 유제품 등을 수입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