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주열 총재 "韓, 디플레 국면 아냐"

입력 : 2014-09-12 오후 2:43:51
[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한국경제가 디플레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1%대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는 농산물과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 등 공급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9월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유지키로 결정했다.ⓒNews
 
다음은 이 총재와 일문일답.
 
-확장적 경기부양책과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이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세월호 이후 내수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저성장을 부추겼지만 금리인하 이후의 상황을 보면 소비심리는 소폭 나아졌다. 실제 소비동향 통계 모니터링에 의하면 소비심리는 상당부분 회복됐다고 본다. 단지 기업 투자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되면 기업 투자심리도 나아질 것으로 본다. 다만 회복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한은이 금리 결정시 충분한 논리없이 심리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심리위축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자칫 내수부진이 장기화 될 우려가 컸다. 그래서 지난달 금리인하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오늘 금통위에서 한 사람의 소수의견은 추가인하인가.
 
▲그렇다. 인하폭은 2주 후 의사록 참고해 달라.
 
-현재 국내 경기상황 어떻게 보고 있나. 지난달 금리인하와 정부의 경기활성화대책의 정책 효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연내 추가로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보나.
 
▲세월호 이후 위축된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회복세가 견고하지는 못하다. 지난달에 금리를 내리고 정부가 다양한 경기활성화 정책을 취하면서 부분적 효과는 있다고 본다. 심리적 측면에서 부분적 심리개선 효과가 있었고. 금융시장에서도 금리인하의 파급효과가 비교적 원활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금리 추가인하 여부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 어렵다. 금리 인하 효과를 제대로 측정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여러가지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겠다.
 
-정부와 학계에서 우리 경제가 디플레 초입에 와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대해 동의하나. 동의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경제 현재 위치는.
 
▲디플레 관련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디플레냐 아니냐를 판단할 때 두 가지 기준이 있다. 첫 번째는 물가 하락세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지, 두 번째는 경제 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낮아서 실제로 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더.
지금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디플레로 떨어졌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현재 1%대 물가가 이어지고 있다. 농산물과 국제에너지 가격의 하락 등 공급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 것이다. 수요측면에서 근원 인플레이션 요인은 2%대 초반이다.
다만 디플레이션의 폐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경계해야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디플레는 극심한 경기침체 이후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수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경계심 차원에서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본다.
 
-최근 엔저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판단.
 
▲원·엔 환율의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원·엔환율이 우리나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보지만 최근 상황은 주의깊게 보고 있다. 추가적으로 엔화 약세 이어지면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 미칠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는 수출기업들이 엔화약세를 수출단가에 본격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 호전된 상황을 바탕으로 일본기업들이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거나 본격적인 단가인하 등 가격경쟁에 나설 경우 상당히 부정적일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이후에 시장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방안 있나.
 
▲미 연준 테이퍼링 종료 이후 통화정책 계획을 발표할텐데 이 내용에 따라 시장이 선반영할 수도 있다고 본다. 시장에서 금리인상으로 나타난다면 금리 동조화 부분에서 국내 영향받을 수 있는데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여러 가지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해 안정화 노력 취하겠다.
 
-기재부 그린북은 내수 회복세가 부진하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시각이 어떤가.
 
▲세월호 이후 위축된 내수가 부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완만한 회복세는 지속하고 있지만 미약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재부의 판단과 큰 차이 없다고 이해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적정금리 수준을 1.75%로 추산했다. 이에 대해 동의하나. 기준금리 하한선은.
 
▲어떤 추정방식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온다. 1.75%라는 수치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적정 기준금리라고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다만 주요 선진국의 경우 0%를 하한선으로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 신용등급이 선진국보다 낫기 때문에 선진국처럼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선진국과 금리차가 좁혀지고 있다. 자본이탈과 같은 문제는 없나.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
 
▲금리가 과도하게 낮춰지면 자본유출이 이어질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에 금리 내리면서 차이가 좁혀졌다. 내외금리차 줄어들었다. 국제시장 흐름을 주의깊게 지켜보겠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완화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한은 정책에 어떤 영향 주나.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면서 유럽 자금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는 여지는 생겼지만 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미국의 통화정책 흐름도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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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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