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법사위원 "법원·검찰 모두 '선거법 86조 적용' 외면"

"검찰, 항소시 86조 추가해 공소장 변경해야"
검찰, 공소심의위 열어 17일 항소여부 결정

입력 : 2014-09-16 오후 3:10:02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무죄, 국정원법 유죄'를 선고한 법원의 1심 판결과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법원과 검찰을 거세게 비판했다.
 
법사위원장인 이상민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7명과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원 전 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86조 적용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법원과 검찰을 맹비난했다.
 
선거법 86조는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한 조항으로, '공무원의 선거 관여를 금지'한 선거법 85조에 비해 적용 범위가 넓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해 4월 원 전 원장을 고발하면서 국정원법과 함께 선거법 85조와 86조를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6월 원 전 원장을 불구속 기소하며 국정원법과 선거법 85조만을 적용했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검찰을 향해 "새정치연합이 제출한 고소장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한 선거법 제한 규정이 적용법조로 적시돼 있었음에도 공소단계에서 이를 삭제했다"며 "이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부당한 무죄판결을 바로잡고, 공소장변경을 통해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금지' 뿐만 아니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 조항도 포함시켜 적극적으로 공소유지에 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1심 재판부를 향해선 "백번 양보해 원 전 원장의 행위가 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공무원의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재판부의 질문에서도 나타나듯이 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한다면 당연히 검사에게 공소장변경을 요구하는 것이 사법정의를 실현해야 할 재판부의 당연한 의무"라며 "재판부가 이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17개 시민단체 소속 회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1심 판결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항소촉구서를 대검 민원실에 제출했다.ⓒNews1
 
이들은 또 1심 판결에 대해 "헌정질서 파괴 사범에 대한 솜방망이 판결이자, 면죄부 주기 판결"이라며 "심각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국가정보기관의 수장에 대해 법을 잘 몰랐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유를 들어 중요부분은 무죄판결하고, 인정부분도 지나치게 가벼운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고 성토했다.
 
이어 "대선 기간에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비방하는 여론을 조성하는 정치활동을 했다면 이는 당연히 공무원의 불법선거운동으로 보는 것이 상식"이라며 "국민의 상식과 법감정에도 배치되는, 납득이 가지 않는 판결"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1심 재판장인 이범균 부장판사가 과거 야당 시의원의 리트윗 글에 대해 '선거개입 행위'라고 판결했던 점을 지적하며 "개인의 행위조차 선거운동의 목적이 있다고 인정돼 유죄판결을 받는 마당에, 국정원 직원들이 선거시기에 행한 조직적, 지속적 정치행위가 선거운동이 아니라는 판결에 어느 국민이 공감할 수 있겠나"고 따져물었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아울러 검찰에 즉각적인 항소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정원 간첩증거조작사건을 비롯한 여타 주요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자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즉각 항소의사를 밝히던 검찰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항소여부조차 표명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검찰은 오는 17일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 원 전 원장의 1심 판결에 항소할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공심위에서 항소 여부뿐만 아니라 항소할 경우 1심 판결의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툴지, 공소장을 변경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원 전 원장은 유죄 판결이 난 국정원법 부분도 무죄라며 지난 15일 항소장을 냈다. 이 사건의 항소기한은 18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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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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