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최초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를 가다!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 연결하는 동남아 철강벨트 선점

입력 : 2014-09-17 오전 9:00:00
[인도네시아 찔레곤=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100㎞ 떨어진 찔레곤(Cilegon). 자바섬의 조용한 해안 도시였던 이곳은 지금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뜨거운 철강도시로 변모했다.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인 크라카타우스틸(Krakatua Steel)과 손잡고 설립한 연산 300만톤 규모의 동남아 최초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PT. KRAKATAU POSCO)가 이곳에 자리 잡으면서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2008년 양국 정부가 맺은 기본합의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23일 준공됐다. 연간 300만톤의 쇳물을 뽑을 수 있는 고로에서 철강제품의 원자재가 되는 슬라브 150만톤과 건설·조선용으로 쓰이는 후판 150만톤을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가 매년 포항·광양에서 3800만톤 가량의 쇳물을 뽑아내고 제품을 만드는 것에 비하면 많지 않은 양이지만, 매년 10%씩 증가하는 철강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전체 소비량의 60%를 수입재에 의존하던 인도네시아로서는 절대적 도움이 된다. 크라카타우포스코 준공 이후 인도네시아의 철강 생산 능력은 단번에 43%가 향상됐다.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전경(사진=포스코)
 
지난 15일 아직 첫 돌도 안 된 제철소는 쉴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용광로에서는 매일 8300톤의 뜨거운 쇳물이 뽑아져 나오고, 압연 공정에서 300톤의 후판이 생산되고 있다. 준공과 더불어 고로에 불을 붙인 지 만 5개월 만에 제선, 제강, 압연 모든 공정에서 정상조업도가 달성됐다.
 
현재는 판로 확보작업과 함께 동남아 지역의 국가 규격 인증을 획득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나라마다 적용하는 인증이 달라 향후 원활한 판매를 위해 여러 국가의 인증 획득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영업 일선에 나서기 위한 사전 워밍업이다.
 
물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착공부터 초기 가동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시행 착오가 있었다.
 
박형근 크라카타우포스코 건설부장은 “워낙 철이 부족한 나라라, 제철소 공사 부지에 놓아둔 철근이 다음날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도 있었고, 무더운 날씨와 느긋한 현지인들을 독려해 공기를 맞추는 일도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지난 1월에는 첫 가동에 들어간 고로의 하부가 일부 파손돼 7일 동안 가동을 멈추는 사고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제철소를 정상 가동의 궤도에 올린 지금,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인도네시아 철강 역사에 한 획을 그었을 뿐만 아니라, 포스코패밀리의 사업 역량과 제철소 운용 노하우를 진일보시킨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한국의 발전된 철강 기술력을 해외에서 실현시킨 첫 사례다. 포항 영일만에 제철소를 지을 때만 해도 하나부터 열까지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은 것이 없었던 포스코는 46년이 흐른 지금,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 자리를 5년째 유지하는 글로벌 철강사가 됐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포스코를 파트너로 삼았던 것도 영일만에서 이뤄진 신화가 이곳 찔레곤에서 재현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생산이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판매 역시 순풍을 타고 있다. 지난달에는 가동 후 최초로 슬라브와 후판 판매량이 월 목표인 20만톤을 넘어섰다. 슬라브 제품의 경우 크라카타우스틸과 구나완(Gunawan)과 같은 인도네시아 현지 철강사들이 주로 사간다. 품질이 좋은 원재료(슬라브)를 사용해야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 나오기 때문에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슬라브는 인기가 좋다.
 
후판 제품 역시 인도네시아 중공업 회사인 찌트라 조선(Citra Shipyard)와 코린도 중공업(Korindo)을 포함해 세계적 중공업 회사인 캐터필라(Caterpillar)의 현지법인 등 납기와 품질에 민감한 외국계 회사들을 주요 타깃으로 판매에 나서고 있다. 생산된 제품의 60~70%는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에서 판매되고, 나머지는 인접 국가로 수출된다.
 
이재헌 크라카타우포스코 수출부장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태국, 말레이시아를 잇는 동남아 철강벨트의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향후 3년 내에 품질 및 납기 수준을 본사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크라카타우포스코가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하고 반년 만에 안정 단계에 접어들 수 있었던 데는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실무 교육을 받고 귀국한 현지 엔지니어들과 한국에서 파견된 베테랑 기술자들의 공이 컸다.
 
총 직원 2360명 중 58명의 포스코 주재원과 조업 관리와 기술 전수를 위해 한시적으로 머무르고 있는 120여명의 글로벌엔지니어 및 기술컨설턴트를 제외한 2180여명이 모두 포스코로부터 기술교육을 받은 현지인이다.
 
포스코는 착공 이후인 2011년부터 현지 채용직원들을 대상으로 심도 있는 직무 교육을 진행해왔다. 2012년에는 현지 채용된 신입 엔지니어 550명이 7차에 걸쳐 포항 및 광양제철소에서 실무 교육을 받고 귀국했다. 크라카타우포스코 제철소 현장에서는 포스코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100여명의 철강 전문가들이 고로 조업 경험이 전무한 현지 직원들에게 전문적인 기술과 현장 관리에 대한 살아있는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
 
정태수 크라카타우포스코 대외협력부장은 “한국인, 인도네시아인 할 것 없이 전 임직원이 새로운 성공 신화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한 마음 한 뜻으로 앞을 보고 나가고 있다. 해외에서 제철소를 가동하는 것은 처음인 데다 가동 초기 단계라 당분간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겠지만, 지금처럼 일로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는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합작법인 설립 초기부터 제철소 인근 지역에 대한 교육환경 개선 사업을 꾸준히 전개하는 등 포스코의 상생 문화를 인도네시아 현지에 널리 알리고 있다. 지역과 함께 호흡해야 성장도 있는 법이다. 한때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에 처했던 포스코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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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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