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준혁 기자)
[인천국제공항=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인천아시안게임에 개막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대회에 출전할 북한 선수단 본진이 16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절차를 밟았다.
이날 입국한 북한 선수단은 체육상을 맡은 김영훈 북한 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손광호 북한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겸 서기장, 김명렵 선수단장, 역도·사격·체조 종목의 선수 및 감독 등 모두 87명의 인원으로 구성됐다.
북한 선수단은 오후 6시 무렵 평양을 떠나 7시22분 인천으로 착륙한 고려항공 직항편을 이용해 입국했다. 당초 7시10분 착륙 예정이었지만 12분 가량 늦게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남북공동응원단' 40여명 환영
5일 전인 지난 11일 1진 입국 당시와 동일한 흰색 상의와 파란색 하의 정장을 맞춰 착용한 북한 선수단은 입국장에 환영을 나온 다수의 환영객들에게 무뚝뚝한 얼굴 표정을 보이면서도 가볍게 손을 저어 보였다.
이날 입국장에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북공동응원단' 명의 현수막을 들은 40여 명의 사람이 나와 북한 선수단에게 환영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이미 11일 북한 선수단 입국 당시에도 입국장에 나온 이들은 '북녘 동포 여러분 다시 만나니 반갑습니다', '5.24조치를 넘어 체육평화통일로', '아시안 게임 북측 선수단 환영' 등의 현수막을 들고 사전준비한 작은 한반도기를 힘껏 흔들면서 각종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한국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반갑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우리는 하나다", "통일합시다", "조국통일", "환영합니다" 등의 구호를 크게 외쳤다.
이날의 입국 및 환영 행사는 무난하게 종결될 것처럼 느껴졌다. 입국 훨씬 전인 오후 6시 무렵 일부 노년층 남성들이 응원단 소속 인사와 말싸움을 벌이던 모습이 유일한 다툼일 것처럼 보였다. 당시 다툼은 10여분 이어졌지만 갈등상황이 커지진 않았다.
다만 3m가 넘는 초대형 한반도기를 흔들자 공항 관계자의 제지가 들어오며 순간 현장은 긴장감이 돌았다. 흔드는 순간 인천공항 측의 제지가 들어왔고 응원단이 반발한 것이다.
인천공항 측 관계자는 "소규모 깃발은 상관 없지만 이런 대형 깃발은 공항 내부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위해요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응원단 측 인사는 "인공기도 아니고 우리 측이 소란을 피운 것도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응원단은 북한 선수단이 차량으로 떠날 시점까지 머무르며 응원 의사를 표했다.
(사진=이준혁 기자)
◇가장 '비중있는' 북한 인사의 입국
북한 선수단은 입국장 바깥에 준비된 대형버스 3대에 나눠 타고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소재 인천아시아드선수촌을 향해 떠났다.
이날 입국한 선수단의 규모는 11일 입국한 1진에 비해서 적다. 그렇지만 김영훈 위원장과 손광호 부위원장, 김명렵 선수단장 등이 포함돼 가장 비중있는 북한의 체육계 인사 입국으로 꼽힌다.
북한 선수단은 모두 5차례에 걸쳐 입국한다. 11일 입국한 94명과 이날 입국한 87명에 이어 19일 33명, 22일 41명, 28일 7명 등이 추가 입국하게 된다. 이들은 서해 직항로를 통해 인천으로 온다.
이들과 별개로 재일본조선인총연합(조총련)에 소속된 선수단 및 취재진 10명은 일본에서 곧바로 인천에 올 예정이며, 스위스 프로축구팀에서 뛰고 있는 박광룡은 스위스에서 인천으로 오게 된다.
북한 선수단의 선수단 입촌식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인천아시아드선수촌에서 열린다.
(사진=이준혁 기자)
◇외국 기자들의 눈에 비친 북한 선수단
이날 북한 선수단의 입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은 출구 조정을 실시했다. 오후 5시35분 착륙 예정인 텐진발 인천행 KE864편 이후 단 한 대도 A게이트로 배치하지 않았다. 덕분에 A게이트 앞은 6시가 지난 시점부터 응원단, 취재진 등이 일반인보다 더욱 많이 다녔다.
공항을 찾은 상당수의 일반인은 A게이트로 들어오는 비행기는 없는 상황에 취재진이 많이 보이자 의아하게 여기다가 평양발 북한 비행기가 온다는 것을 알곤 조금씩 구경을 위해 들렀다. 하지만 삼엄한 경찰 등의 경비와 일부 응원단과의 대치 상황을 보곤 이내 떠나곤 했다.
한국인들에게 북한 사람들의 입국 절차에 이같은 삼엄한 경비 인력은 크게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인천아시안게임 취재를 위해 찾은 외국 취재진들은 흥미를 표시했다.
한 중국 매체의 기자는 "중국도 타이완이 별개로 나뉘어 있지만 이처럼 삼엄하게 경비를 하고 통일 단체가 응원전을 펼치는 모습은 전혀 없다"면서 "한국의 사정을 알긴 하지만 솔직히 외국인에게 이런 모습은 매우 이채롭다"고 말했다.
일본 매체의 기자도 "이런 광경이 흔하지 않아 공항까지 찾아왔다"며 "독특했다. 북한 선수단이 어떤 성적을 내고 어떤 모습을 보일 지에 대해서 기대된다. 아마 이번 아시안게임을 찾은 외국 기자라면 북한 선수단의 모습도 주요 취재꺼리가 되지 않을가 싶다"고 말했다.
◇권경상 인천아시안게임 사무총장(남색 양복)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16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북한 선수단 고위 관계자와 악수를 나누며 인사 중이다. (사진=이준혁 기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선수단은
북한은 이번 대회에 이미 경기를 진행 중인 축구는 물론 수영, 양궁, 육상, 복싱, 카누, 체조, 유도, 공수도, 조정, 사격, 탁구, 역도, 레슬링 등 14개 종목에 선수 150명을 출전시킨다.
북한에 세운 목표는 10위 복귀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9개로 메달 순위 9위에 오른 북한은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톱10 진입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