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백혈병 피해자 및 가족 6명으로 구성된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가 삼성전자에 제 3의 조정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삼성전자도 이 제안에 동의 의사를 나타내고 있어 향후 보상안 기준 마련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송창호 가족대책위 대표는 17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8차 협상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 백혈병 협상과 관련해 가족대책위, 반올림, 삼성전자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제 3의 조정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005930)와 반올림 측이 서로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지난 여섯 차례 협상이 모두 소득 없이 끝난 가운데 이번 가족대책위의 제안은 객관적인 보상 기준안 제정에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송 씨는 "삼성 백혈병 협상이 재개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그 동안 논의에 진척이 없어 조정위원회 설립을 제안했고 삼성전자가 동의한다는 뜻을 밝혀 왔다"며 "향후 조정위원회 설립과 관련해 피해자 및 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한 세부 내용을 주면 삼성전자가 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가족대책위의 조정위 설립 제안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협상에 참여하는 백혈병 발병자 및 가족 8명 중 6명의 조정위원회 구성을 제안해왔다"며 "그동안 협상이 평행선을 달려왔는데 협상 속도 진척을 위해 협상 주기를 단축하고 조정위원회 구성을 위해 실무 협의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백 전무는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준비가 완료되면 조정위원회 구성, 운영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며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올림은 기존 입장대로 조정위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공유정옥 반올림 간사는 "반올림과 가족대책위가 이날 협상 초반 33명의 산재신청자에 대해 삼성이 마련하기로 한 보상 기준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삼성이 이를 거부했다"며 "일단 이 내용에 대한 삼성의 입장을 밝히는 게 우선이며 조정위원회와 관련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17일 삼성전자와의 7차 교섭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을 찾은 반올림 협상단.(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