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동남아 접수 발판 마련..철강 삼국지 재편한다

크라카타우포스코, 저원가 고품질 제품으로 가격경쟁력 확보
포스코타이녹스, 고부가 제품 위주 영업으로 올해 첫 흑자 달성

입력 : 2014-09-22 오후 3:56:39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포스코가 철강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 재편에 나선다. 대한민국 대표주자로서의 위상을 살려 한·중·일 삼국지 구도를 정리하겠다는 취지다. 동남아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철강사들의 치열한 격전이 펼쳐지는 대표적인 전장터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전통적인 철강 수요처인 유럽, 미주 지역의 성장이 둔화된 반면 아세안 10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은 연평균 10% 이상 고성장을 지속하며 철강 수요를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포스코가 공을 들이고 있는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은 1인당 철강 소비량이 아직 세계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어 향후 잠재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포스코는 포화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철강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동남아 지역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일관제철소 전경(사진=포스코)
 
동남아 공략을 위한 첫 걸음은 올 초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됐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100㎞ 떨어진 찔레곤에는 인도네시아 국영 제철소인 크라카타우와 포스코가 합작해 설립한 크라카타우포스코가 들어섰다. 지난해 12월23일 준공된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는 슬라브 150만톤과 건설·조선용으로 쓰이는 후판 150만톤 등 연간 300만톤을 생산해 낸다.
 
인도네시아는 일찍부터 일본 완성차 회사들이 진출하면서 전방산업인 일본 철강사들의 독무대로 인식됐다. 일본 철강사들은 대부분 고로 등 상공정은 본토에서, 가공·유통 등 하공정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운영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넓혀왔다. 본국에서 슬라브, 열연 등 원료를 들여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가공하는 식이다. 상공정인 고로를 해외에 건설하기에는 뒤따르는 리스크가 컸기 때문.
 
이에 포스코는 이미 일본계가 점령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동남아 지역 최초로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했다. 철강 공급 과잉으로 갈수록 강화되는 무역장벽을 해소하는 한편,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직접 진출을 시도한 것이다. 승부수였다. 정부 인·허가에도 지역주민들의 마찰 등 진통도 뒤따랐다. 그렇게 결실은 맺어졌다.  
 
날씨가 무더운 적도 옆에 제철소를 세운 것도 포스코가 처음이었다. 시장 지위가 확고한 일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상식을 깨는 행동이 필요했다는 게 민경준 크라카타우포스코 법인장의 설명이다.
 
민경준 법인장은 “인도네시아에는 품질은 낮지만 호주, 브라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철광석이 있다”며 “값싼 원료와 고로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잘 결합해 저원가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과 열정이 더해지면서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는 매일 8300톤의 뜨거운 쇳물이 뽑아져 나온다. 압연 공정에서 매일 3400톤의 후판도 생산된다. 준공과 더불어 고로에 불을 붙인 지 만 5개월 만에 제선, 제강, 압연 모든 공정에서 정상조업도가 달성됐다.
 
생산이 궤도에 오르면서 판매 역시 순풍을 타고 있다. 지난달에는 가동 후 처음으로 슬라브와 후판 판매량이 월 목표량인 20만톤을 넘어섰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중공업 회사인 찌트라 조선과 코린도 중공업을 포함해 세계적 중공업 회사인 캐터필라의 현지법인 등 판매처도 다수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향후 2단계 사업 시행으로 생산량이 연간 600만톤으로 증가하면 베트남, 인도에서 운영 중인 냉연공장에 핫코일을 공급하는 등 해외 원료기지로서의 역할도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명실공히 동남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이자, 전진기지로 활용되는 것이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제철소 사업과 함께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인 스테인리스 판매 활동도 강화한다. 동남아 시장은 경제성장과 함께 가전,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연 8% 이상 스테인리스 수요도 늘고 있다.
 
태국 라용에 위치한 포스코타이녹스는 스테인리스 제품의 동남아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태국은 연간 25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세계 9위의 자동차 생산 국가다. 이는 아세안 10개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의 절반 수준에 해당된다.
 
◇태국 라용에 위치한 포스코타이녹스 전경(사진=포스코)
 
지난 2011년 9월 태국 타이녹스를 인수한 포스코는 지난 3년간 판매구조 등 취약한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기존 범용재 중심의 생산구조를 가전 등 고수익 강종 위주로 재편하고, 맞춤형 판매를 통해 취약했던 유통부문을 개선했다.
 
이를 통해 지난 3년 동안의 적자에서 벗어나 올해는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이후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는 60만달러 이상 흑자를 기록했다.
 
포스코타이녹스는 현지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는 점을 앞세워 빠른 배송과 빈틈없는 A/S로 수요처를 공격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포스코타이녹스는 솔루션마케팅 활동과 고객 맞춤형 대응을 바탕으로 올해에는 거래 고객사 수를 전년 대비 최대 2배 가까이 증가한 200여개사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형수 포스코타이녹스 법인장은 “2016년까지 자동차·가전에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물량을 현재 2만톤에서 5만톤으로 늘리면 안정된 기반과 함께 수익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며 “2016년에는 2011년 인수 당시 35%였던 내수 점유율을 60%까지 끌어올리고, 매출액도 2011년 3억6200만달러에서 2016년 5억2000만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16년까지 고기능 저원가 제품 24종을 개발해 일본, 유럽계 가전·자동차 업체가 필요로 하는 고부가 제품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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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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