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선, 박경두, 박상영, 권영준 선수가 23일 오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에페 단체전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환호 중이다. 남자 에페 단체전서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을 획득했다. ⓒNews1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극적이었다. 막판에 상대에게 한 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가 마지막에 점수를 조금씩 확대하는 모습에서는 왠지모를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방송 중계 해설위원의 '죽였다 살렸다'라는 표현이 와닿는 경기였다.
한국은 23일 저녁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펜싱 에페 단체전 결승전에서 일본을 25-21로 꺾고 금메달을 땄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006년(도하)과 2010년(광저우)에 이어 이 종목 아시안게임 3연패라는 대위업을 달성했다. 펜싱이 아시안게임에 도입된 1974년도 이래 남자 에페 단체전서 단일 국가가 3연속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결승전임과 동시에 한일전이기에 경기는 여러모로 치열하게 전개됐다. 한국은 정진선(30·화성시청·세계 5위), 박경두(30·해남군청·세계 3위), 박상영(19·한체대·세계 10위), 권영준(27·익산시청·세계 45위)이 출전했다. 권영준은 교체멤버로서 대기했다.
경기 초반부터 한국은 주도권을 확실히 쥐었다. 정진선-박상영-박경두 순으로 나선 1~3라운드에서 나온 점수는 5-1, 6-3, 7-5. 박경두가 추격을 허용하긴 했지만 맏형인 정진선의 분전에 힘입으며 한국이 리드를 잡았다.
4라운드에서 한·일 양국이 다 점수를 못 뽑아낸 가운데 5라운드에서는 양국이 5점씩을 각각 따냈다. 2점차로 한국이 리드하긴 하지만 승부는 치열했다.
한국은 6라운드와 8라운드에서 점수차를 확대했다. 박경두는 미노베 가즈야스를 상대로 실점없이 2득점해 14-10의 4점차로 점수의 차이를 키웠고, 7라운드에서 다시 4라운드처럼 한·일 양국이 다 점수를 못 뽑아낸 가운데 8라운드는 박경두가 다시 17-12로 좀 더 점수 차를 벌려놨다.
마지막 라운드인 9라운드에 등장한 이는 한국의 맏형 정진선이다. 정진선은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컨디션을 높였다.
그러나 믿었던 정진선은 미노베에게 맹추격을 허용했다. 1점을 따는 사이 5점을 빼앗기며 18-17로 추격당한 것이다. 종료 50여 초를 남겨둔 상황에서도 20-19로 리드상황을 간신히 지켰다.
그러나 정진선은 20초를 남기고 미노베의 공격을 피해 찌르기를 성공해 21-19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이후 동시 공격으로 24-21 상황이 됐고, 3초를 남기고 쐐기 득점도 성공해 최종 스코어 25-21을 만들며 승부를 결정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