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역대 최악의 아시안게임으로 남을까

개회 나흘만에 갖가지 불상사 잇따라

입력 : 2014-09-23 오후 1:15:46
◇인천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가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인해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다음은 조직위가 19~22 일 나흘동안 엮어낸 구설수. (정리=이준혁 기자)
 
[인천=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미숙한 진행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진행의 문제점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국제적 망신거리도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시설관리 - 정전에 이어서 성화가 꺼지기도
 
지난 20일 오전 9시45분쯤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경기가 진행되던 인천 계양체육관에서는 갑작스런 정전으로 모든 경기가 중단됐다.
 
매순간 셔틀콕에 정신을 집중하며 경기에 임했던 선수들은 때아닌 정전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5분만에 전력이 복구되며 경기가 재개됐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종목의 특성상 선수들의 경기 흐름은 크게 망가졌다.
 
계양체육관은 에어컨 바람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점 때문에 또다른 논란에 올랐다. 일부 외국 선수와 언론은 이를 주최국인 한국에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기도 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2일 "계양체육관의 에어컨 강풍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남자단식 세계랭킹 1위인 말레이시아 리총웨이 또한 "에어컨 바람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고, 심지어 한국 에이스 이용대도 "배드민턴은 셔틀콕이 매우 민감한데, 에어컨 바람이 너무 강해 적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드러난 시설은 또 있다.
 
대한양궁협회는 첫 경기를 하루 앞둔 22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의 본선 경기장에 대형 전광판과 미디어석을 확장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협회가 볼 때 경기장을 그대로 뒀을 경우엔 한국 양궁의 위신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협회는 관객의 편의를 위해 대형 전광판을 협회 비용으로 추가 설치했고, 국내·외 취재진을 위해 보도석 환경을 일부 개선했다.
 
대회 기간 내내 타올라야 할 성화가 꺼지는 대형 사고까지 생겼다. 20일 오후 11시38분부터 50분까지 12분 동안 아시아드주경기장 성화 불꽃이 꺼졌다.
 
조직위는 "성화대 내부수조 온도 상승으로 센서가 오작동하면서 전원이 차단돼 성화가 꺼졌다"면서 "성화관리실에서 보관 중인 안전램프 불씨를 활용해 성화를 다시 점화했다"고 해명했다.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성화 봉송 도중에 꺼지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대회 기간에 꺼지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많은 외신들은 앞다퉈 해외 토픽으로 보도했다.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의 성화 점화자로 나선 여배우 이영애, 김영호(다이빙), 김주원(리듬체조). 19일 점화식을 마쳤지만 이때 점화된 성화는 20일 오후 11시38~50분 12분 동안 꺼졌다. ⓒNews1
 
◇경기운영 - 발권부터 인력 관리까지 총체적 난국
 
경기운영에서도 갖가지 사고가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의 첫 메달이 나온 우슈 경기가 열린 강화군 강화고인돌경기장에서는 발권기 고장 때문에 20여분간 입장권 판매가 중단됐다.
 
다음날인 21일에는 배드민턴장에서 경기 운영요원용 좌석이 관객에게 판매돼 큰 혼란을 일으켰다.
 
대회 자원봉사자에 대한 교육과 관리 부실도 심각하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채로 투입돼 기초적인 사안에도 대처하지 못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상당수다. "미안한데, 들은 게 없어 모른다"는 대답은 취재진들에게 익숙하다.
 
체육관 한 구석에서 쉬다가 봉사시간만 채워가거나, 훈련 중이거나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를 마친 선수들에게 다가가 사인과 사진촬영을 요구하는 경우도 나온다.
 
급기야 류중일 야구 대표팀 감독은 지난 21일 "자원봉사자들이 선수들 사인받기 바쁘다. 선수들은 정해진 연습 등 많은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며 "자신이 가져온 공에, 선수들이 연습 끝난 후에 받는 것도 아니고 경기장에 있는 공들을 집어와 사인을 받곤 한다. 자원봉사자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22일 저녁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이 열렸다. 사진은 문학야구장 내야 1루 방향 관중석. (사진=이준혁 기자)
 
◇선수·운영인력 지원 - 식사·수송 등 기본에 헛점
 
경기장의 주인공인 선수들에 대한 지원도 낙제점이다. 
 
21일엔 사격·펜싱 경기 출전 선수에게 지급될 점심 도시락에서 식중독균인 살모넬라균이 발견돼 폐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조직위는 선수들에게 인근 식당을 알선하고,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빵과 우유를 제공했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은 경기 시간에 쫓겨 식사를 하지 못했다.
 
앞선 19일에는 계양아시아드양궁장 자원봉사자·운영요원이 먹을 도시락의 유통기한이 경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날인 20일에는 이마저도 배달되지 않으며 260여명이 굶어야 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대한양궁협회가 자체적으로 도시락을 무상 지급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조직위 업무를 경기 협회가 대신한 셈이다.
 
선수촌 숙소에는 냉방기와 방충망을 설치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선수들이 모기에 물리거나 찜통 더위로 인해 고통을 겪는 상황이다.
 
지난 21일엔 조직위의 잘못으로 선수가 선수촌행 버스를 놓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날 중국 남자펜싱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리스트 쑨웨이는 선수촌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셔틀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인천 송도 메인프레스센터(MPC)행 버스를 탄 뒤 다시 택시를 이용해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23일 저녁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계영 800m 결선. (사진=이준혁 기자)
 
◇'인천아시아망신대회'를 진행 중인가
 
국내·외 취재진들에 대한 지원도 불협화음을 빚어내고 있다.
 
현재 외국 취재진들이 사용 중인 숙소 중에는 아직 공사를 마치지 않은 호텔이 있다. 메인프레스센터(MPC)가 위치한 송도국제도시의 C 호텔이 그곳으로, 공사가 완료된 건물의 절반을 외국 취재진이 이용한다. 
 
경기를 마치고 MPC로 향하는 셔틀버스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다반사고, 경기장 내 안내도 혼선이 벌어지고 있다.
 
부정확한 안내에 항의하는 중국 기자에게 삿대질하며 윽박지르는 조직위 간부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국내·외 언론은 연이어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조직위는 수시로 해명자료를 배포하는 형국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이 역대 최악의 대회로 기록되는 것은 아닌지 사람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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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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