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합격률 0.8% 최악, '15회 공인중개사'의 재평가

입력 : 2014-09-24 오후 1:57:09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공인중개사 합격률 0.8%. 수험생들의 집단반발. 초유의 추가시험.
 
2004년 제15회 공인중개사시험이 남긴 결과입니다. 15회는 공인중개사 역사상 최악의 해로 손꼽힙니다.
 
그런데 10년이란 시간이 지난 현재, 15회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넘쳐나는 공인중개사와 그에 따른 먹거리 부족. 여전히 동네 복덕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인식. 만약 사상 최고의 난이도를 보인 15회 시험 기조가 계속 유지됐다면 어땠을까.
 
15회 자격시험이 끝난 직후 공인중개사 수험생들은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넘쳐는 실업자와 구직자들에게 공인중개사는 사회 재진출의 중요한 발판이 됐습니다. 부동산호황기였던 2002~2004년 3년 동안 총 76만명(2차시험 기준)이 시험 응시하며, 국민자격증으로 불리기도 했죠.
 
인기가 높았던 만큼 너무 어려워진 시험 문제는 사회적 파문을 불러왔습니다. 수험생들은 법대생도 풀 수 없는 수준의 문제라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어떤 방송에서는 아나운서에게 지문을 읽게 했는데, 지문만 읽었을 뿐인데 시험시간이 끝나버릴 정도였죠.
 
당시 시험 선정위원으로 들어간 A교수의 학교에는 불만 전화가 폭주했고, 학교는 홈페이지에서 A교수와 관련된 정보를 삭제했다고 합니다.
 
◇회별 공인중개사 합격자 수(자료=한국산업인력공단)
 
수험생들이 집단행동까지 나서자 정부는 추가 시험을 통해 수험생을 구제해 줬습니다. 난이도를 낮춘 결과 합격률은 34.5%로 급등합니다.
 
1985년 첫 시행된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은 지난해 24회 시험까지 총 32만5000여명의 합격자를 배출했습니다. 그리고 협회에 따르면 현재 약 8만2000여명이 현역 공인중개사로 활동하고 있죠.
 
지난해 전국 주택거래량은 85만건입니다. 공인중개사가 8만2000여명임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1년에 1인당 10건 정도의 계약을 성사시킨게 됩니다. 수치로만 봐도 12개월 중 계약서 작성을 하지 못하는 달도 있을 정도로 공인중개사는 넘쳐납니다.
 
전월세계약과 빌딩, 토지 등 수입이 있지만 대부분 중개사들에게 주택 매매계약이 가장 큰 수입원입니다. 수도권에서는 주택 거래 부진과 비싼 사무실 운영비 때문에 보험설계나 대리운전 등 투잡을 뛰는 중개인이 생길 정도였죠.
 
이에 협회는 일정 지역에 공인중개사수를 제한하는 '공인중개사 쿼터제'를 정부에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넘쳐나는 공인중개사. 이에 따라 갈수록 낮아지는 수익. 이를 채우기 위한 편법과 고객 희생 강요. 일부의 행태지만 좋은말 보다는 나쁜말이 더 넓고 빠르게 퍼지는 법.
 
정부는 공인중개사를 국민 재취업의 장으로 이용했고, 쏟아지듯 배출된 공인중개사는 스스로의 지위를 깎아먹고 있습니다.
 
어느 부동산학과 교수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공인중개사가 우리나라와 같은 취급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엄격한 전문 자격시험을 통과한 전문가로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어요. 우리나라 공인중개사의 낮은 지위는 중개사 스스로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남발한 정부에 있다고 생각해요. 확실한 기초 능력 검증과 재검증은 중개사의 지위를 높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과한 면이 없지 않지만 당시(15회) 시험 기조가 유지됐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A교수님은 그런 중장기저 관점에서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출제한 걸로 알고 있어요."
 
15회 시험은 너무 어려웠지만 어려운 시험이 자격증의 가치를 높이고, 무분별한 중개사 배출에 따른 지금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겁니다.
 
(아! 참고로 우리나라는 한번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죽을때까지 능력 재검증없이 자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15회 자격시험이 너무 어려웠던게 아니고 이전 시험이 상대적으로 쉬웠던 것은 아니였을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은 1년에 단 한번만 치러지는 국내 몇 안되는 국가공인시험입니다. 파문을 일으켰던 난이도 최상의 2004년 15회 자격시험.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만약 당시의 난이도가 유지됐다면 현재 공인중개사 업계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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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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