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삼성이 자체개발 문서작성 프로그램인 '훈민정음'의 사용을 결국 중단했다. 한글 프로그램인 훈민정음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현재 업무환경에 너무 많은 제약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30일 3개월간의 병행사용기간을 거쳐 내년 1월1일부터 사내 문서작성프로그램을 '정음 글로벌'(훈민정음)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MS워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훈민정음은 1992년 삼성전자가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 공략을 위해 야심차게 개발한 문서작성 프로그램으로, 1994년부터 삼성그룹의 사내 표준 문서작성 프로그램으로 사용됐다.
삼성그룹은 물론 삼성과 거래하고 있는 하청업체들도 모두 삼성과의 문서교환은 훈민정음으로 해야 했을 정도로 고집스럽게 고수했던 프로그램이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싸늘했다.
개발 당시에는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했고, 이후에는 윈도우와의 호환성을 무기로 점유율을 높인 마이크로소프트의 'MS워드'에 밀렸다.
그나마 국내 소프트웨어 사용 진작을 위해 농협 등 일부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면서 명맥을 유지했으나 농협도 지난해 공식 문서작성프로그램을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로 바꾸면서 사실상 삼성 외에는 사용하는 곳을 찾기 어렵게 됐다.
이제 삼성 스스로도 글로벌 기업이라는 명분으로 사용을 포기하면서 사실상 '훈민정음'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자체개발한 '정음 글로벌'을 문서작성 프로그램으로 써왔으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다양한 사무기기 운영체제를 아우르는 스마트한 업무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단계별로 그룹사 전체의 사내 문서작성프로그램을 MS워드로 전환할 계획이다.
MS워드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90%에 이르고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등 다른 사무용 소프트웨어와의 호환도 완벽하다. 세계시장을 상대로 뛰는 삼성전자가 필연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라는 설명.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도 MS워드를 함께 사용하고 있지만 이제 전면 전환하는 것"이라며 "정음은 더 이상 버전 업데이트가 안 된다고 보면 된다. 윈도우가 8까지 나왔는데 윈도우 9가 나오면 윈도우 9버전의 정음은 개발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