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희망의 새시대'를 연다던 박근혜정부가 출범한지 2년째를 맞았지만 서민의 삶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복지·고용여건이 조금씩 호전됐음에도 서민의 삶의 질은 참여정부와 MB정부 때보다 나빠진다는 점이다.
30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 고용동향은 여성과 50대 이상의 경제참여가 늘면서 고용률이 두달째 증가했다. 8월 취업자는 2588만5000명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59만여명 확대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고용률도 1.1%포인트 올랐다.
복지정책도 강화되는 추세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지급안을 올해 7월부터 시행했고, 지난달에는 앞으로 5년간 316조원을 투입해 생애주기별 사회보장정책을 구현하는 내용의 '제1차 사회보장기본계획(2014~2018년)'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하지만 실물 경제에서 드러나는 서민의 삶의 질은 이런 추세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우선 가계부채가 급증세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상반기에 5조7000억 늘었던 가계대출이 올해는 같은 기간 16조8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불었다. 올해 6월 기준 총 가계부채도 1040조원으로 1년 전보다 60조원, 직전 분기보다 15조원 증가했다.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사고 후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유통가 역시 한숨만 쉰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대형마트는 2012년 2분기 이후 9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겪었고, 백화점과 기업형 수퍼마켓(SSM)의 구매 건수는 전년보다 2%~3%씩 하락했다.
반면 전셋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면서 서민의 평생 소원인 내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져만 간다. 최근 서울 전셋값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9.2%인데, 1억원짜리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오려면 6900만원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서민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는 증거는 각종 지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선 가계부채와 소비심리 위축이 겹치고 경제에 활력이 떨어지다 보니 국내 중소기업들은 올해 3분기 제조업 경기가 지난해보다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체감경기 부진이 3년째 이어지는 것인데, 중소기업들은 4분기에도 이런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없다고 전망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이 고용률과 실질 가계소득, 주택가격, 주가지수, 식료품값, 주거비, 전세비, 교육비 등을 합산해 계산하는 민생지수를 보면, 올해 2분기 지수는 98.2를 기록해 올해 1분기 민생지수(98.5)보다 0.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박근혜정부 출범 후 가장 낮은 수준이자 참여정부 이후 최근 3개 정권을 통틀어 가장 나쁜 성적인데, 출범 2년차를 맞는 박근혜정부의 평균 민생지수는 98.6으로 MB정부의 평균치(100.5)와 참여정부의 평균(101.1)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다.
미래연구원에서 발표한 국민안전지수를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사회안전과 자연재해·재난안전, 식품안전 등을 합산한 결과인 안전지수에서 2년차 박근혜 정부는 148.96을 기록해 이명박정부의 5년차 지수인 149.33보다 더 떨어졌다.
정부가 내수 살리기와 복지확대, 4대악 척결 등을 통해 정부 정책의 정통성을 민생안정에서 찾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서민의 삶은 시간이 흐를수록 고달파 진 꼴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민의 삶의 질을 반영하지 못하는 계량적 지표만 가지고 경제가 좋아지는 것으로 호도하고 그런 의미로 경제상황을 진단한다고 지적했다.
미래연구원 관계자는 "고용·생산동향 등은 개인의 경제활동이 전체 경제흐름에 묻힐 수 있다"며 "중산층이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부문을 분리해 측정하면 전체 경제흐름과 달리 진행되는 양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정부가 이런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경제살리기에 나섰지만 정작 서민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담뱃값 인상 등으로 서민 주머니를 털고 구체적인 지원책 없이 자영업·소상공인 육성카드를 꺼내 신용불량자와 개인 채무만 늘렸다는 것이다.
한국정책학회 관계자는 "단순 일자리 창출이 아닌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가계소득을 보장할 고용, 증세를 통해 복지혜택을 다시 거둬가는 복지가 아닌 실제 수혜가 늘어날 복지정책을 구현해야 한다"며 "경제의 허리를 차지하는 중산층 서민의 체감경기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