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에 캐리트레이드 청산우려..신흥국 비상등

입력 : 2014-09-30 오후 5:31:48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미국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흥국의 유동성 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고금리를 노리고 신흥국에 유입된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환차손 우려에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기법이다. 그동안은 대체로 달러나 엔화를 차입해 신흥국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캐리트레이드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은 달러 강세다. 신흥국의 금리는 여전히 선진국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달러화 대비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캐리트레이드 자금의 환차손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데이비드 오너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전략가는 "캐리트레이드의 종말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정이 예상되고 있다"며 시장의 충격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 신흥국의 외국인 보유 국채 비중(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폴란드, 터키, 헝가리)(자료=시티, 파이낸셜타임즈)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신흥국의 통화 가치를 측정하는 JP모건의 EMCI지수는 11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금융위기때 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신흥국의 통화 매력도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현재 달러 강세를 이끌고 있는 요인은 크게 ▲미국의 경제회복 ▲연준의 양적완화 조치 종료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책에 따른 달러의 상대적 강세, 세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모두 단기간에 소멸될 이슈는 아니다.
 
신흥국의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캐리트레이드 자금 이탈의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26일 기준 JP모건의 CBI 지역통화 채권지수는 지난 7월 기록했던 연고점 대비 6% 가까이 급락했다. 같은 기간 평균 금리도 연저점 수준인 6.45%에서 6.69%로 상승했다.
 
채권 발행 규모도 줄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8월 신흥국의 채권발행액은 220억달러로 지난해 월평균 620억달러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FT는 캐리트레이드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금융 부문의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국가일수록 달러 강세에 대한 충격을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의 국채보유비중이 45%를 넘기는 말레이시아나 35% 이상인 폴란드, 헝가리, 멕시코 등이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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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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