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일본 제조업체들의 체감 경기가 엔저에 힘입어 예상 밖에 청신호를 띄었다.
1일 일본은행(BOJ)은 3분기 대형 제조업체 경기실사지수(단칸지수)가 13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직전 분기의 12와 사전 전망치 10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이로써 단칸지수는 6개 분기 연속 플러스권을 유지했다.
◇일본 단칸지수 변동 추이(자료=Investing.com)
다만 중형과 소형 제조업체들의 체감 경기는 뒷걸음질쳤다. 3분기 중형 제조업체의 지수는 전달의 8에서 5로 낮아졌고, 소형 제조업체 지수도 지난 2분기의 1에서 마이너스(-)1로 급전환했다.
같은 기간 대형 비제조업체들의 단칸지수는 13으로 전분기의 19에서 6포인트 하락했다. 17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중형 비제조업체 지수가 전 분기의 10에서 7로 내려갔고, 소형 비제조업체 지수 역시 2에서 0으로 후퇴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4월 시행된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기 충격에도 엔화가 약세 기조를 이어가며 수출의 중심이 되는 일본 제조업체들의 체감 경기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달러·엔 환율은 지난 19일 장중 한때 약 6년 만에 처음으로 109엔대를 상향 돌파(엔화 가치 하락)한 뒤 상승세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25분 현재도 전일 대비 0.05% 오른 109.62엔을 기록하며 추가 상승 전망에 힘을 실고 있다.
슈스케 야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스트래지스트는 달러·엔 환율이 향후 9개월 내에 113엔까지 급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엔화 가치는 지난 2007년 이후 무려 7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의 엔화 약세 전망도 강화됐다. 이들이 예상한 2014회계연도 달러·엔 환율 평균은 100.73엔이다. 직전 전망치 100.18에서 높아진 것이다.
이즈미 드발리에 HSBC 이코노미스트는 "부진한 경제지표들을 감안해 단칸 지수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며 "엔화 약세가 제조업체들의 체감 경기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본 대기업들의 설비투자 계획도 탄력을 받고 있다. 단칸조사 결과, 대기업들은 2014회계연도에 자본지출을 평균 8.6% 늘리겠다고 답했다. 지난 2분기의 7.4% 증가를 상회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의 예상치 7.5% 확대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추가 부양책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일본 정부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내각은 재정 건전성 개선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2차 소비세 인상'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기노시타 토모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차 소비세 인상 충격이 더 완화되면서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개선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일본은행(BOJ)이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행동에 나설 필요가 없어졌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