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반도체 사업장 직업병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과 함께 재발방지 방안 등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는다.
삼성전자가 지난 5월 권오현 부회장(대표이사)의 공식사과와 함께 피해 보상안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전향적으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시선은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SK하이닉스를 향했다. 그만큼 부담도 커졌다.
1일 반도체 업계와 SK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달 중 공식자료를 통해 반도체 공장 실태조사 계획, 발병·사망자 지원 대책과 작업환경 개선안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환경안전 담당자들을 비롯해 모든 관련 부서가 개선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발표 형식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닉스가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故 황유미씨의 사망이 공론화된 이후 지난 7년 동안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집중포화를 받아온 반면 상대적으로 하이닉스는 노출이 적었다는 점도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시민사회와 노동계에 따르면 하이닉스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등 림프조혈기계 질환으로 사망한 직원은 현재 최소 17명 이상이다. 생산시설의 규모와 노동자 수를 감안할 때 비율적으로 삼성전자보다 발병률이 높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림프종, 백혈병 등으로 사망한 피해자 및 유가족들이 회사를 대상으로 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이 즉각 대응에 나섰다. 박성욱 사장은 지난 8월 사내 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최근 언론에서 제기한 우려에 대해 회사는 객관적이고 정밀한 실태조사와 함께 구성원들의 안전 및 건강관리를 더욱 강화해 나갈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실태조사와 발병·사망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작업환경 개선 등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다만 박 사장이 직접 대표이사 명의로 공식 입장 발표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의 경우 DS 부문장이자 회사의 대표이사인 권오현 부회장이 직접 브리핑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문제 해결에 적극적 모습을 보였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별도의 기자회견보다는 보도자료 방식의 발표를 선호하고 있으며, 사과에 대해서도 아직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이번 입장 발표를 하면서 공식적인 사과에 나설 경우 반도체 사업장과 백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발언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며 "아직 실태조사가 진행되기 전이기 때문에 전향적으로 근무환경 개선에 노력하겠다는 수준의 발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내부적으로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비슷한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실태조사를 위해 외부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반도체 전문 자문단' 구성을 논의 중이며, 발병·사망자 지원과 관련해 사내에 '건강지킴이 콜센터'를 설치해 관련 질환 발병 시 전문의료기관을 통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외부전문가 선정 등 임직원의 안전과 건강관리를 위한 다양한 계획 등이 준비 중에 있으나 공식적인 발표 내용과 시기 등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따로 또 같이) 위원회를 통해 관련내용을 그룹과 관련 계열사들에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며 "내용과 수위를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 청주 사업장.(사진=SK하이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