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나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재만입니다. 조OO 장로를 보낼 테니 취업을 시켜주시면 좋겠습니다. 내일 3시에 보내겠습니다."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은 지난해 7월초 이 같은 전화를 받았다. 실제 다음날 오후 3시 전화통화에서 언급된 조모씨가 서울 종로에 있는 대우건설 본사 사장실로 박 사장을 찾았다.
조씨는 박 사장에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보내서 온 조OO 장로"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대우건설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씨는 한국신학대학교 학사, 한국신학대학원 석사, 한민대학교 겸임교수로 기록된 응시원서를 제출했다.
박 사장은 조씨가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추천을 받을 정도의 경력과 능력을 가진 것으로 생각해 그를 지난해 8월 사무직종 부장직급에 채용했다. 조씨는 이후 1년간 대우건설에서 근무한 뒤, 지난 7월말 퇴사했다.
그러나 박 사장이 들은 조씨에 대한 정보들은 모두 거짓이었다. 이 비서관의 전화도 조씨가 이 비서관을 사칭해 직접 박 사장에 건 전화였다. 또 이력서에 기재된 학력과 경력 모두 허위였다. 사기죄 전과 2범인 조씨의 또 다른 사기행각이었다.
조씨는 대우건설에서 퇴사한 후에, 재차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번에는 KT였다. 이번에는 좀 더 치밀하게 접근했다. 그는 실제 이 비서관의 전화번호와 유사한 번호를 개통해, 황창규 KT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 비서관을 사칭해 "사람을 보낼 테니 원하는 대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8월19일 황 회장을 만난 조씨는 자신을 "대통령 선거 시 비선조직의 일원"이라며 10년 전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고, 한 달 1~2회 면담을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면서 "VIP에게 '회사에 취업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며 "KT에 취업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우건설 때와 마찬가지로 허위학력·경력이 기재된 이력서를 제출했다.
이 같은 수법에 황 회장도 속았다. 황 회장은 조씨가 이 비서관의 추천을 받았다는 점을 높이사며 인사 담당 직원에게 조씨에 대한 취업절차를 진행하도록 했다. 결국 그의 이런 거짓 행각은 들통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조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한편 KT는 "황 회장이 인사담당자 취업절차 진행을 지시한 바 없다"며 "황 회장은 조씨를 수상히 여겨 비서실을 통해 신분확인을 한 후 청와대에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조씨에게 속은 게 아니라, 조씨를 잡은 것"이라고 강조했다.